MBC 〈개그야〉 녹화장에서 만난 개그맨 정성호
코미디언 신우회 예배 후 “하나님은 나의 변호사”

▲ 정성호씨는 요즘 ‘그렇지요’ 코너에서 아들의 유치원 선생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능청스런 아버지 연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전쟁터에 나가려는 병사처럼 떨리고 긴장이 돼요. 신우회 예배를 안 드리는 날은 녹화도 잘 안되고, 더 힘들죠.”

아무리 고된 일도 웬만큼 경력이 쌓이면 익숙해지련만, 수백명의 관중들을 웃기는 일은 개그맨이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부담이란다. 공개 개그 프로그램 〈개그야〉 녹화를 바로 앞둔 화요일 점심시간, MBC 코미디언실에서 만난 정성호(36세)씨의 말이다.

코미디언실을 드나드는 후배들로부터 깍듯히 선배 대접을 받는 정씨지만, 신우회 회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시간에는 한없이 낮아진다. 코미디언실 신우회 예배를 통해 경험한 은혜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005년이었을 거예요. 한번은 방송국 간부 한 분이 그만큼 했는데도 사람들이 못 알아보면, 재능이 없는 거라며 개그맨 그만하라고 하더라구요.”

1998년에 공채 9기 개그맨으로 출발했지만, 성과가 기대만큼 안나오던 때라 정씨 자신 또한 앞으로 개그맨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던 즈음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막막하던 정씨의 눈에 매주 모여 찬양과 기도를 드리는 신우회 예배가 들어왔다. 2001년부터 신우회 예배를 인도해 온 이종명 목사(예일교회)와는 인사를 나누던 사이라, 거듭된 권유에 못이기는 척 한두 번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씨는 뜻밖의 사건을 당한다. 자동차 교통사고가 나 보상금으로 수천만원을 물어주게 된 것이다. 그런 정씨에게 이목사는 한 마디 조언을 했고, 그 조언은 정씨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못 구하면 하나님을 변호사로 삼아 맡겨보라고 하셨어요.”

난생 처음 가슴으로 파고든 권면 앞에 정씨는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사람들의 일로만 여겨졌던 믿음의 결단을 몸소 실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하나님은 돈이 마련되는 대신,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정씨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2006년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여자 후배와 함께 준비한 ‘주연아’라는 개그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제작진 앞에서 처음 ‘주연아’를 선 보였을 때 모두들 기립박수를 쳐줬어요.”

띠동갑 여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생 과외선생역을 맡은 정씨는 이 코너를 통해 드디어 무명 개그맨이 아닌 개그맨 정성호로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연아 너… 신인상 받을 때 나 또 후보?… 나 무명만 8년째… 주연아!’ 하며 여학생의 당돌한 장난에 당황하는 정씨의 모습에 관객들은 열광적인 박수와 웃음을 선사했고, 정씨는 그해 연말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연아’의 성공은 정씨에게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었다’는 다윗의 고백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 정씨는 데뷔 초기부터 땀 때문에 역할을 못 맡기도 하는 등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주연아’ 에서 온통 땀범벅이 된 정씨를 향해 관객들은 도리어 안쓰러워해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땀 흘리는 게 단점이었는데, 하나님이 그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주신거죠. 정말 하나님은 살아계세요.”

아직은 초신자 수준이라면서도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다른 동료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정성호씨. 〈개그야〉 녹화 준비를 위해 대본을 들고 일어서는 정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백만대군보다 더 큰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고 신뢰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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