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단체까지 피선거권 확대 ... 대형교단 입지 더 좁아질 듯

[해설] 한기총 선거관리규정 개정 의미

향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엄신형 목사, 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기총이 1월 29일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변경된 규정의 내용은 대표회장 후보가 되기 위해 단체 소속으로 단체의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기존의 선거관리규정은 {대표회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회원 교단 소속으로 소속 교단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만 되어 있다. 규정개정에 따라 지금까지 대표회장 후보는 64개 교단에서만 나왔으나 향후 20개 단체에서도 후보를 낼 수 있게 된다.

이 개정안을 제안한 4개 교단과 5개 단체는 다음과 같다. 예장개혁국제(총회장:한창영 목사), 예장합동개혁A(총회장:정서영 목사), 예장개혁B(총회장:신용현 목사), 예장중앙(총회장:백기환 목사), 한국장로회총연합회(대표회장:하태초 장로), (주)기독교텔레비전(사장:감경철 장로), 한국기독교교회청년협의회(회장:박찬성 목사), 한국세계선교협의회(대표회장:박종순 목사), 한국외항선교회(상임회장:최기만 목사). 교단에서는 군소교단들이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9개 교단과 단체들은 개정안 취지를 한기총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즉 한기총이란 단체가 교단 뿐 아니라 단체의 연합기관이므로 각 단체에도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또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관 5조 [회원의 자격]과 6조 [회원의 권리]의 2항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상이하다는 것이었다.

▲ 한기총 제20회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엄신형 목사가 한기총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선거규정 개정의 명분은 매우 타당해서 이의를 달 수 없다. 또 긍정적으로 볼 때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실력 있고 덕망 있는 교계인사라면 누구라도 나설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교단은 교단 안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를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천해왔다. 대형교단의 경우, 누구를 내느냐도 중요했지만 인물이 누구이든지 교단이 추천하면 되어야 한다는 대형교단 중심 의식이 강했다. 따라서 연합활동에 기여해 온 반면 교단 내 입지가 약한 인사는 실력이 있어도 그동안 나설 수가 없었다.

또 (대형)교단들이 연이어 대표회장 후보를 낼 명분을 제공해 주는 측면도 있다. 즉 A 교단 출신이 당해 연도 대표회장이 됐다고 하더라도, 차기에 단체의 추천을 받아 또 다른 A교단 출신이 다시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할 때 이번 한기총 선거관리규정 개정으로 인해 향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일각에서는 20개 단체가 교단들에 비해 미약하고 또 대표회장으로 나올 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면서 개정안의 의미를 크게 평가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낸 모 단체 관계자는 {앞으로 교단에서 적절치 않은 인물을 고집할 때 밖에서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당대 교단 정치권 실세그룹과 한기총 소속 교단인맥들 간에 조율이 되지 않으면 각각 후보를 내 경합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벌써부터 차기 한기총 후보로 대형교단 소속이지만 교단 추천을 받기 힘들었으며 몇 해 동안 계속해서 출마설이 있었던 P 목사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언급은 이번 개정안이 한기총 집행부 쪽에서 나온 아이디어이며 집행부와 관계있는 인사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설과도 맞아 떨어진다. 대형교단이라는 이유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대해 여러 가지 주문을 하는 강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집행부의 계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또 이번 선거규정 개정은 지난해 합동교단이 한기총 개혁을 주장하면서 대형교단과 중소형 교단이 순환하면서 대표회장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던 것의 역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대형교단들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교계연합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요청되고 있다. 특히 합동교단의 경우, 최근 한기총 개혁안, 교단 크기별 서열 명기 제안, 대표회장 고소건 등에서 번번이 낭패를 겪어 대형교단으로서의 자부심만 있지 전략과 끈기는 부재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합동, 통합 후보들이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 교단 집행부에서는 대표회장 투표때 통합측 후보 쪽으로 표를 몰아주기로 했다는 말도 나왔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표결집도 충분히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교단 현 실세들의 생각과 연합기관에 몸담고 있는 교단관계자들이 뜻이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단 관계자는 {총회 지도부는 한기총에서 어떤 제안을 할 때 한기총에 계속 몸담아온 교단 인사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공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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