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권호덕 교수

시대·문화 걸맞은 말씀 재해석 필요…본질은 굳건히, 논쟁은 치열하게

총신대학교,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신학석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총신대와 숭실대 등에서 강의했고 마포성산교회 담임목회를 했다. 현재 백석대학교 기독신대원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개혁신학회 회장과 프로에클레시아신학회 신학회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개혁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칼빈탄생 500주년이기 때문이며 한국교회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과연 참다운 개혁신학이라는 무엇인지,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권호덕 교수에게 듣는다. <편집자 주>


▲한국개혁신학회는 어떻게 탄생했나?

=권호덕 교수(이하 권 교수):1996년 숭실대 기독대학원 김영한 교수와 만나, 세계적인 학회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독일이나 유럽에는 새 아이디어를 논문에 발표하여 교회에 지평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부러웠다. 이런 취지로 시작했으나 한국에서는 학회지를 잘 읽지 않아 상황이 다름을 느꼈다.

논문을 읽어야 설교가 샤프해진다. 요지를 읽고 찾는 훈련을 하게 되며 성경해석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논문을 읽을 필요보다는 설교집을 오히려 선호한다. 설교집을 읽고 쉽게 설교거리를 건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설교를 하려면 시간을 두고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앙의 개혁은 성도들의 수준이 올라가야 가능하다. 한국인이면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방법을 신학이 제시해 주어야 하고 성도들이 이를 배워 체질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목회자들의 설교의 수준이 고양되어야 한다. 설교 수준의 고양을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성경원문을 주석할 실력을 갖춰야 하며, 신학논문을 읽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신학자들도 교회에 도움을 주는 논문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써야 한다.

▲개혁신앙이란 무엇인가?

=권 교수:말씀은 보수하지만 신학은 계속해서 발전시켜 가야 하는 것이 개혁신앙이다. 즉 시대와 정황에 맞게 성경적 신앙관을 정립하고 이를 교육함으로 세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 가는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이란 말씀이란 사실은 시대를 뛰어넘어 보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걸맞게 정립되어야 한다. 핵심은 같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같은 본문이라도 한국과 영국에서 하는 설교는 달라야 한다. 한국은 샤머니즘 신앙이 바탕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 설교를 하려면 샤머니즘을 이해해야 하고 동시에 현시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정통보수신학이 반드시 개혁신앙은 아니다. 몇 세기 전에 만든 신학으로 오늘날의 문제를 해석하려 한다면 이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현시대는 동성애나 인간복제와 같은 문제에 대한 성경적 해석을 요구한다. 이런 문제는 과거에는 없었던 개념이다. 개혁신앙은 칼빈으로 돌아가자는 운동도 아니다. 칼빈도 그런 것을 원치 않았으며 신학이 발전해 가기를 바랐다. 칼빈이 완전한 것이 아니다.

개혁교회가 루터교회와 다른 점을 보자. 루터교회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신앙고백서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개혁교회는 칼빈이 제네바에서 만든 신앙고백을 배웠지만, 스코틀랜드, 화란인들은 각각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신앙고백서를 만들어 사용했다. 개혁교회의 특징은 이처럼 가는 곳마다 지역의 정황을 파악하여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새로운 고백서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미국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을 한국은 또다시 그대로 들여왔다. 17세기 영국적 배경에서 만들어진 신앙고백서가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는가? 한국적 신앙고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서 신앙고백서가 만들어지려면 모든 목회자가 원문 연구를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하고, 한국적 토양, 역사, 한국의 문화에 대해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조직신학이란 그 지역의 신앙교과서, 즉 신앙고백서를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한국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교육하는 한국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결국 개혁신앙이란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하심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다.

=권교수:칼빈의 신학, 박형룡의 신학으로 머물러서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신학이 발전하려면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나님의 크심을 세상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학문적 논쟁을 논쟁으로만 보고 그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존의 신앙고백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발전하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자유주의적 생각이라고 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 교육을 했고 무엇을 배웠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학자가 참으로 하나님을 믿는가, 그리고 기도하면서 연구하는가에 있다. 참 신앙을 가지고 연구하지 않으면 아무리 보수신학을 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칼빈 탄생 500주년의 해여서 좋은 학술 모임들이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칼빈만 연구한다면 칼빈 자신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칼빈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또 칼빈은 신학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목회자기이도 한데 그의 다양한 사역을 충분히 다뤄야 한다. 앞으로 칼빈주의, 개혁신앙으로 무장한 문학가, 문화운동가, 교사,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한국교회가 배출하고,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주는가에 개혁신앙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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