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중앙교회 ... 부설 공부방 아이들의 최고의 자랑
순천대대교회 ... 생태 수련회 문 열고 문화역량 키워
장수대성교회 ... 활기 넘치는 마을 구심점 역할 '톡톡'

[목회특집] 농어촌교회 파이팅!

모두가 힘든 시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모두가 농어촌교회는 이제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비관적이다. 그러나 사막 한 가운데서 샘물을 길어 올리듯, 황폐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일구는 이들은 있는 법이다. 새해를 맞아 더 힘차게 현실을 박차고 비상하는 농어촌교회들을 찾아가본다. <편집자 주>

▲ 마량중앙교회 공부방은 어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기가 되고 있다.
마량중앙교회


청자 도요지로 유명한 전남 강진, 그곳 땅 끄트머리 포구에 마량중앙교회(김희근 목사)가 있다. 규모가 큰 항구도, 그리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어서 다들 살림살이가 고만고만한 동네 한복판에 교회가 있다.
그러나 마량제일교회에는 남부럽지 않은 재산이 있다. 교회 부설 공부방에서 꿈을 키우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바로 교회가 내세우는 최고의 자랑이다.

마량중앙교회가 공부방을 연 것은 1998년, 벌써 10년 세월을 훌쩍 넘겼다. 과외학원은커녕 변변한 문화환경 하나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어촌마을에서 이토록 긴 세월 동안 꾸준히 공부방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이 할 일 없이 바닷가를 이리저리 쏘다니는 아이들이었어요. 부모의 보살핌도, 교육적 뒷받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전혀 공평한 곳이 아니었죠. 부족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보자고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희근 목사는 아이들에게 부모 노릇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냥 글자나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대하는 예절, 사회생활에서의 도리 등 생활규범도 철저하게 익히게 했다.

방학이 되면 대전 현충원, 천안 독립기념관, 목포 자연사박물관, 서울KBS, 보성 녹차밭과 같은 유명 시설들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현장체험을 시켰다. 빠듯한 농촌교회 살림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열매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다.

특히 한자교육에는 괄목할 성과들이 나타났다. 매주 2회씩 운영하는 한문교실을 통해 무려 44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공인시험에 합격하고, 한자자격증을 취득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부방을 다니는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강진군에서도 마량중앙교회 공부방을 주목하고 지원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청소년 예절학교는 군으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공식 프로그램이 되었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일손이 달린다는 소식이 들리자 인근 군부대, 해양경찰서, 마량파출소 등에서 젊은 장병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주었다. 인력난을 감당하기 힘든 어촌 공부방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응원군들이었다.

김 목사는 물론이고 마량중앙교회 교우들의 열성과 긍지도 대단했다. 힘에 지나도록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본당 옆에 학습센터를 새로 건축했고,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도 마련했다. 도서관은 5000여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상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속에서 공부방 사업은 더욱 확대돼 결식아동들을 위한 급식사업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사업 등으로 계속 뻗어나가고 있다. 성인 문맹자들을 위한 한글교실도 문을 열었고, 인근 마량초등학교에는 매년 졸업식마다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는 중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정부에서는 김희근 목사에게 지난해 5월 청소년주간기념식에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다.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만했지만, 김 목사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여정의 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느끼고 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죠.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일을 하다보니 공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일, 더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는 일, 그들의 부모를 계몽하는 일, 열악한 사회복지 분야에 보탬이 되는 일 등등 앞으로도 해나갈 일들 투성이랍니다.”

바쁜 군 복무 중에도 시간을 내어 공부방 선생님으로 나서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고맙다는 김 목사는 앞으로도 아이들 키우는 재미로 힘겨운 어촌생활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순천 대대교회가 신앙적 생태 프로그램 가동을 위해 문을 연 순천만수련원.
갈대숲이 우거진 순천만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순천 대대교회(공학섭 목사)는 얼마 전 생태수련원인 ‘순천만 수련원’을 개원했다. 순천만은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만나 갯벌을 형성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수많은 이들이 관광과 연구, 체험학습을 위해 찾아오는 산교육의 장이다.

대대교회는 진작부터 지역환경 자원의 활용가치를 인식하고 지역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흑두루미 학교를 열거나, 순천만지킴이 발대식 개최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앞장서왔다.

순천만수련원 개원 이전에도 대대교회는 예배당을 여러 교회와 환경단체 등의 행사장으로 제공해왔다. 순천만 생태계 보존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나 전국자연생태지도자 창립대회 등 굵직한 행사도 대대교회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이번에 개원한 순천만수련원은 60명 가량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 세미나실, 샤워장 등이 두루 갖춰져 있고, 순천만공원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 교회 수련회는 물론 생태 프로그램이나 관련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다.

또한 순천만 뿐 아니라 인근의 순천기독교박물관, 애양원, 기적의 도서관, 낙안민속마을 등과 연계해 관광코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학섭 목사는 앞으로 순천만수련원에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순천만수련원에서는 성경적 생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 생태체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믿음의 자녀들이 받을 수 없는 진화론적 내용으로 가득 차있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간 교회에서 운영해 온 방과후학교와 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실제적이면서도 신앙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방학이나 놀토 때면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찾아와 하나님의 창조를 배우는 멋진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싶다는 공 목사의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가고 있다.
장수대성교회


‘구름에 뜬 마을’로 유명한 장수군 대성리 필덕마을, 그리고 대성교회(현상국 목사)의 모습은 나날이 달라져가고 있다. 청소년수련원 개원과 노인대학 개설, 그리고 오미자 매실 같은 특산물 개발이 알려지면서 부쩍 찾는 이들이 많아진 이 교회는 마을과 함께 든든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현 목사가 제출한 2009년 녹색농촌체험마을의 구상계획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채택되어 예산지원을 받게 되면서 마을과 교회에는 더욱 활기가 돈다. 수련원과 노인대학에 사용하는 대강당은 2층으로 리모델링하며 규모를 크게 키우면서 1층은 체험관과 전시실이, 2층은 황토방과 세미나실 등이 들어선다.

교회 앞마당에는 지압길을 만들고, 다리와 정자도 새로 놓는다. 연못과 분수대가 만들어져 한층 아늑한 경관이 펼쳐질 것이고, 교회와 마을이 함께 활용하는 홈페이지도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새롭게 들여놓은 건강의료기들은 주민들을 섬기는 용도로 활용한다. 노인대학이나 한글교실은 이미 한 몸이 된 교회와 마을 사이의 심리적 장벽까지도 허무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우들이 주도하는 ‘구름에 뜬 마을’ 영농조합 법인은 이미 설립이 이루어졌다.

현 목사는 지난해 렛츠갓 〈개척보고서〉 공모전에서도 대성교회 이야기로 당선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들어가던 산골마을을 살기 좋은 동네, 인구가 늘어나는 동네로 변모시켜온 그의 노력 덕택에 이제는 전국에서 대성교회를 벤치마킹하려는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감자 캐기 체험을 하러 방문하는 유치원생들, 신앙수련회를 위해 찾아오는 여전도회원들, 방학을 맞아 신앙캠프에 모여드는 청소년 등 사시사철 새로운 손님을 맞으며 올 한 해도 대성교회와 필덕마을은 분주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현 목사가 새로운 임지를 찾아 대성교회를 떠나게 된 일이다. 현 목사는 “많은 분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대성교회가 전국에서 소문나는 교회가 될 수 있었다”면서 “이미 교회나 마을이 일정 궤도에 오른 상태이니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사역지를 옮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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