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교회에 다양한 차 문화 보급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리잡은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면 선반 속 칸칸이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다기들과 은은하고 차분한 향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고운 한복을 입은 회원들의 안내를 받아 찻상 앞에 앉았다. 찻상 위에는 고운 빛깔의 냉녹차와 오미자차가 얌전히 놓여 있다. 냉녹차 한 모금에 장마철의 무더위는 스멀스멀 물러가고 있었다.

찻자리에 앉으면 기분이 정화되고 차분해지며 차 한 잔을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또렷해져 말씀을 묵상하거나 기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원들의 이구동성. 또한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는 차의 장점은 그만큼 대화를 오래, 길게 이어갈 수 있게 한다. 김태연 교육원장은 이 점 또한 이웃들을 전도할 때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이웃들을 초대하고 차 한 잔을 제대로 대접하면, 대접 받는 사람들은 굉장히 감격스러워합니다. 그리고 차 한 잔 놓고 오랫동안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쌓고, 그리고 복음을 전달하죠. 그래서 우리 회원들 중에서는 차문화에 익숙한 불교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여 개종한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건강을 위해 차를 찾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차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거나 차를 불교문화로 간주하고 꺼리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김태연 원장은 이런 인식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차가 불교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1장 29절에 말씀하셨어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모든 열매 맺는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차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차를 기독교식으로 즐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독교 행다례를 연구하게 되었죠.”

협회는 교회에 여러 가지 절기가 있다는 점을 감안, 절기에 맞춘 행다례를 연구하고 발표해왔다. 투명한 유리컵에 만리화차를 띄워 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부활 행다례’, 12명이 투명한 유리다관에 차를 우려 찻잔에 붓고 꽃차 한 송이를 띄워 대접하면서 구원의 기쁨을 나누는 ‘호산나 호산나 호산나’, 팽주 두 사람, 시자 두 사람이 큰 다완에 말차를 풀어서 나눔잔에 나누어 대접하는 ‘추도예배 행다례’, 온 나라의 옷을 입고 각자 도구를 준비하여 각 나라의 행다례를 동시에 시연하는 ‘차 한 잔으로 세계복음화’ 등 기독교와 차를 접목한 다양한 시연을 시도해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기독교 폐백’. 협회는 폐백 자리에서 부모님이 밤과 대추를 던지면서 아들딸을 축복하는 것은 비기독교적인 행위라고 보고, 술과 밤, 대추 대신에 다식과 봉차로 진행하는 기독교 폐백을 제안했다.

“생명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신데, 밤과 대추를 던지는 것은 우리가 믿는 신앙과 어긋나죠. 아들 내외는 술 대신 차를 부모님께 대접하고, 부모님은 밤과 대추를 던지는 대신에 말씀과 기도로 한 가정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독교 폐백을 시연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여러 교회에서 기독교식 폐백을 주관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곤 하죠.”

전통을 살려나가면서 전통 속에서 하나님의 문화를 창출해나가기 위해서 차문화협회는 앞으로도 계속 차와 기독교 문화를 연구해나갈 예정이다.

“골리앗 같은 세상에 우리는 다도를 던져봅니다. 다도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을 가르치고, 지식을 전달하죠. 이 어지러운 세상에 고아한 차 향기와 깊은 삶의 향기가, 그리고 아름다운 예수의 향기가 그득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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