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치유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① 치유라는 이름의 열풍

다양한 프로그램 가동, 교회 질적 성장 이끌어…종합적 이해 선행돼야

▲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에서 진행하는 치유프로그램의 모습. 치유목회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유에서 치유의 시대로
서울 새움교회(김도형 목사)는 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한 치유사역으로 잘 알려진 교회이다. 술로 인생을 탕진하며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방향을 잃은 가장으로 인해 함께 고통을 받는 가족들, 깨어지기 직전의 가정이 새움교회의 사역 타깃이다.

알코올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에 빠지는 인구는 좀처럼 줄고 있지 않다. IMF사태 이후로는 오히려 예전보다 알코올중독 인구가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도형 목사는 “높은 실업률이 장기화되고, 사회가 불안정하다보니 위험성을 알면서도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독자들에게는 단순히 상담이나 의학적 치료만으로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것,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주는 것, 즉 전인적 치유라는 뒷받침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신념의 바탕 위에서 새움교회의 금주학교는 수백 명의 중독자들을 복음으로 안내했고, 그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도무지 중독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이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이 사역이 얼마나 큰 결실을 거두어왔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새움교회가 이 사역을 시작한 20년 전만 하더라도 ‘치유사역’은 개념조차 불분명했었다. 기도원이나 부흥집회에서 종종 일어나는 ‘신유’라는 단어가 오히려 일반적인 개념이었고, 그 대상 또한 중증환자나 중독자처럼 특별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오늘날에는 ‘치유목회’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될 만큼 치유가 교회의 중요사역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그 대상과 방법론 또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각광받는 치유사역
평촌 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예장대신)는 치유사역이 목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 교회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새중앙상담센터(소장:김윤희)는 그 중심에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는 상담센터에서는 전화, 면접,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하고 놀이치료, 미술치료, 심리검사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갖가지 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섬긴다.

이와 함께 평촌 새중앙교회에서는 치료사역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말기 암환자들을 돕는 호스피스 사역과 발달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사역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도시의 대형교회들이 전문적 역량을 갖춘 상담사역자를 두고 상담 사역을 펼치거나, 별도의 팀을 이루어 호스피스 혹은 장애인 사역을 담당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특히 상담사역의 경우 목회운영에 크게 도움을 주는 활동으로 간주되는데다,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 각광을 받는 추세이다.

작은 교회들도 저마다의 개성과 자원을 활용해 치유사역에 나서고 있다. 전주우아동교회(송은섭 목사)는 미술심리치료교육원을 부설기관으로 운영한다. 자격증이 있는 사역자를 두고 미술치료를 통해 어린이집 아이들의 발달을 돕는 한편, 여러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도 함께 섬기는 중이다.

이런 추세에 대해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최미정 실장은 “사회적으로 이혼율이 증가하고, 세대간 단절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인구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우울증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를 목회적으로 돌보아야할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개인적인 고민이나 갈등을 해결하고자 교회를 찾는 이들을 위해 교회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치유사역의 방식도 다양하다. 앞의 경우처럼 상담사역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내적치유나 영성치유라는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20년 사이에 한국교회 내에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내적치유는 목회자 자신이 관련 세미나나 집회를 통해 그 효과를 체험하고, 적극적으로 교회에 들여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연중행사로 치유세미나를 개최한다든지, 매주 정기적으로 치유집회를 여는 교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고, 카타르시스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이런 형태의 사역에 대해서는 찬반 이론이 엇갈리기도 한다. 실제적으로 치유의 열매가 있으며, 성경의 원리에서 어긋난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각 사람의 문제와 그 해결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반론도 있다.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원장인 이박행 목사는 “치유사역에 있어서는 인간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복합적 차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영성치유는 물론이고 현대의학, 자연치유, 사회적 치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교회 그리고 치유공동체
광주 성일교회(김광혁 목사)는 교회의 장기비전을 ‘치유공동체’로 설정해두고 있다. ‘치유, 회복, 미래’라는 교회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치유라는 단어는 점차 성일교회 사역 전반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광혁 목사의 구상은 교회 내의 목회자, 의사, 교사,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힘을 합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이른 바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김 목사는 개인적으로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에서 수학하는 한편 여러 전문가 그룹을 끌어 모으고, 상담세미나나 치유세미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 전반적으로 치유목회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는 중이다.

교회들 뿐 아니라 신학교들 사이에서 또한 치유목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총신대를 비롯한 많은 신학교들에서 목회상담학 등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한지 오래이고, 치유목회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전주 한일장신대(총장:정장복)의 경우는 최근 학부에 미술치료 전공 과정을 신설하고, 신학부에서도 복수전공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이 학교측의 미술치료 전공 과정 신설 사유이다.

기독교문화 전반에서도 치유라는 아이템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치유와 관련된 서적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찬양곡이나 교회 미술을 음악치료나 미술치료에 활용하는 움직임들도 나타나는 중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유영천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교회가 양적 성장에 대한 관심에서 질적 성장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치유사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한 사랑으로 섬기는 형태로 치유사역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 교수의 말을 뒤집어보면 과거 선교나 찬양처럼 교회가 단순히 숫자적 부흥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치유라는 도구를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 몰두해온 한국교회의 왜곡된 현상에서 배려 받지 못했던 한 영혼에 대한 관심을 ‘돌봄의 문화’ 형성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치유목회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게 유 교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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