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종합 지식그림성경〉 펴낸 황욱 화백
15년동안 7권…치밀한 구성 돋보여

“가버나움, 가이사랴, 여리고는 팔레스타인의 중요한 세무서였는데 삭개오는 여리고와 인근 지역을 관할하는 세무서의 장이었다. 거대한 교역망의 심장부에 위치했던 여리고는….”

사방으로 많은 도시와 나라들과 교역을 하고 있었던 여리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긴 설명이지만, 쉽게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까닭은 바로 다채롭게 바뀌는 그림 때문이다. 작가는 성경 속에 나오는 삭개오와 예수님의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여리고의 위치, 교역 관계, 세액과 세관, 세리의 종류들 등 사전 정보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먼저 설명한다. 이러한 사전 지식 없이는 삭개오를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가복음이 이 예화를 소개하는 이유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저자의 판단 때문이다.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 작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누가복음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중심 주제를 소개한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을 총 일곱 권에 담은 〈복음종합 지식그림성경〉은 언뜻 표지만 봐서는 일반 성경 만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첫 장부터 읽어보다보면 시중의 성경 만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중의 성경만화책을 봤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주님의 도구였던 성경 속 인물들 이야기가 영웅의 무용담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정작 중요한 것은 신구약을 통해서 하나님의 인류구속사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꿰뚫는 것인데….”

그래서 황욱 화백의 작업실에는 온갖 신학 서적들이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도실 앞의 성경책들. 구약 100번, 신약 400번 이상 통독해 너덜너덜해진 성경책을 비롯하여 주로 찾아보는 성경책만 5권이다. 거기에다 제대로 된 책을 집필하기 위해 황욱 화백은 헬라어와 히브리어까지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황욱 화백은 이 책이 그저 그런 ‘성경 만화책’이라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일반인들은 그냥 이 책을 딱 펼쳐보고 ‘뭐야, 만화책이잖아’라고 말하고 덮어버립니다. 속상한 적도 많죠. 그러나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힘이 납니다. 계속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거기에서 받죠.”

황욱 화백은 1996년에 자료 수집을 시작하여 총 15년 동안 일곱 권을 써냈다. ‘지식성경그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당시의 기후, 절기, 관습, 건물, 복식, 식물, 지형 등 모든 자료를 다 수집했다.

“컷을 그리다보면 주요 등장인물의 배경이 되는 나무나 돌멩이, 풀뿌리 하나도 그냥 대충 그릴 수 없어요. 철저한 고증 작업을 다 거친 작품들입니다.”

연필로 콘티하고 펜으로 그리고, 레이아웃을 거쳐 드로잉, 잉킹, 스크린툴, 그래픽 작업까지 마무리하는 과정도 결코 간단하지는 않다.

작업실 곳곳에는 책 속 프레임을 크게 확대해놓은 그림들이 몇 작품 걸려 있다. 황 화백이 가장 아끼는 컷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고난당하는 장면. 책 반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황 화백은 이 컷을 완성하기까지 20여 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앞으로 사도행전과 서신서를 비롯하여 구약 성경 모두를 작품화할 겁니다. 한 40년 정도 걸릴 거예요. 제 대에 이 일을 이루지 못하면 제 후계자가 이 일을 계속 맡아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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