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도 목사(농촌선교훈련원 원장, 귀농학교 교장)

오늘날 사회는 지혜와 효율이 넘치는 사회다. 성공주의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는 시장에서 이기는 소수의 자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패배자가 되어 병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공동체와 분리된 지독한 개인주의가 존재한다. 즉, 나만 잘나면 나만 살면 된다는 주의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것을 둘로 나눠보게 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비롯됐다. 나와 우리를, 나와 너를, 나와 공동체를 분리하고 단절시킨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귀농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 개인주의 세계, 성공을 해도 불안한 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뭔가 다른 삶, 다른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귀농이란, 도시와는 다른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세계관을 바꾼다는 말은 “이전에 좋던 것이 지금은 값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세계관을 버리는 일만큼 귀농이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가난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귀농자들이 농촌으로 향하지만 이 기존 세계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농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고독, 유배당했다는 낯선 느낌을 견뎌내야 한다. 엄청난 노동의 강도도 각오해야 한다. 이것을 이겨낸 후에야 귀농의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힘든 길이지만 이 길은 곧 삶의 은총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마음을 움직이심을 느낀 자만이 이 길로 향할 수 있다. 속은 병들고 겉만 멀쩡한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가난하지만 삶의 은총으로 들어가는 길,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흙을 건강하게 하는 생명농업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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