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원선교 새 트렌드를 찾아서 /〈3〉기독사학 설립으로 공교육 새지평 연다]

광주동명고…교회·학교 굳건한 신뢰관계, 규모·위상 ‘명문’으로 발돋음
안산동산고…서로 ‘멘토’ 되는 건강한 운영, ‘가장 가고싶은 학교’로 성장

▲ 광주동명고는 학교와 교회간 굳건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독인 리더를 세우는 요람이 되고 있다.

우스갯소리 하나. 우리나라 최대 종교는 무엇일까? 불교도 유교도 기독교도 아니다. 학교다. 아무리 신앙심이 뛰어나도 자식 교육 앞에서는 무너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부모라는 지적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병폐도 만만찮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받는 기독교 사학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차세대 리더를 세운다는 소명감으로 뭉쳐있다.〈편집자 주〉

 

  광주동명고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광주 동명고등학교(교장:정소지 장로)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이 열리는 것이다. 여느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같은 장면은 섬김의 도, 사랑의 실천이라는 기독교 정신이 바탕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가 고등학교 설립에 뛰어든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당시 광주동명교회는 노인복지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청소년 탈선과 공교육 붕괴현상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이에 당회의 결단으로 교육사업 쪽으로 과감히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청소년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교회가 바로 해야 할 일이 이것이다’하는 공감대가 당시 담임목사이셨던 최기채 원로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당회원들 사이에 형성되었지요. 청소년들과 우리 사회를 위해 제대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는 학교 하나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교회 전체가 똘똘 뭉치게 되었습니다.”

동명교회 시무장로이기도 한 정소지 교장은 광주동명교등학교의 설립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사회와 교육현장을 지배해 온 성장과 개발의 논리 대신,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동명고는 1999년 3월 신입생 40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최기채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당회원들이 이사를 맡아 책임 있게 운영하면서 학교는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다른 대안학교들이 잇따라 안팎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휘청거리는 동안에도 동명고는 학교 운영주체와 교직원, 학부모 사이의 굳건한 신뢰와 협력 속에서 흔들림 없이 자라왔다.

특히 광주동명교회는 여러 모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모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에 대한 직접적 재정지원 외에도, 남전도회에서는 따로 학생들의 급식비를 후원하고 있으며, 여전도회에서는 매년 신입생들에게 성경과 찬송을 선물하고 있다.

그 사이 동명고는 2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매년 높은 입학경쟁률과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명문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규모도 점점 커져 믿음관에 이어 백합관(종합관)과 멘토링센터(기숙사)가 차례로 완공되었고, 올해부터는 학년별 2학급씩에서 3학급씩으로 증설이 이루어졌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은 아니다. 기독교적 이념과 철학을 교육에 제대로 반영해 명실 공히 기독교학교 다운 위상을 쌓는데 성공한 점도 두드러진다. 특히 교사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의 멘토링 시스템 도입은 상담과 생활지도에 큰 성과를 거두며 이 학교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동명고등학교는 광주동명교회의 자랑이자 보람이 됐다. 빛나는 명문 기독교학교를 세워보자던 꿈은 10년 사이에 현실 속에서 성취되어가고 있다.

  안산동산

왕따가 없고 비행 청소년이 없는 학교. 체벌과 촌지가 없는 교사. 학생도 선생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학교. 그러면서도 공부는 절대 뒤지지 않는 학교. 과연 이런 학교가 존재할까?

안산동산고등학교(교장:김종배)에서는 그 꿈이 현실이 된다. 동산고에 가면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학생들의 밝은 미소이다. 입시와 학교생활에 찌들어서 폐인처럼 지내야 할 아이들이 무슨 좋은 일을 만난 사람처럼 웃으며 인사 한다. 

그렇다고 실력을 우습게보면 안된다. 2007년 서울대 합격률 14위, 2008년 일본 국립 공과대에 13명 합격, 6년간 ‘경기도의 명예로운 학교’에 연속 선정 등 동산고가 최근 이뤄낸 각종 기록들이다.

하지만 동산고가 처음부터 ‘잘나가는’ 학교는 아니었다. 학교 설립  당시 입학설명을 위해 중학교를 방문해도 정문 앞에서 수위가 가로막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지역의 대표적 ‘문제아’들만 모였다. 입학시험 성적은 100점 만점에 50점을 겨우 넘겼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첫 졸업생 624명 중에 서울대에 5명이 입학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3년 동안 대다수의 학생들이 신앙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교사들의 헌신이 있었다. 교사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교재 개발부터 영혼의 건강을 살피는 일까지 모두 챙겼다. 대표적인 예가 동산고의 전통이 된 세족식. 1학년 수학여행 때 교사들은 학생들의 발을 일일이 닦아주면서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을 나눈다.

이렇게 신앙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하나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올랐다고 한다. 교사들은 더 이상 학생들을 문제아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선물’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학생들은 교사를 체벌하는 교원이 아닌 ‘평생의 멘토’로 생각하며 지도에 따른다. 이렇다보니 개교 5년 만에 ‘명문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현재에는 중학생들 사이에 가장 가고 싶은 학교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안산동산교회는 영적인 멘토가 되고 있다. 예배시 동산고 기도는 주요한 내용이 됐으며, 학교 중요 행사 때마다 교우들이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김인중 담임 목사의 소명과 성도들의 헌신. 그리고 멘토가 되는 교사와 건강한 학생. 투명한 운영이 있는 한 안산동산고는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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