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결단·성도 협력 속 안정적 운영…신앙·학습 균형으로 비전 심어

▲ 전주열린문교회 방과후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재미, 도전하는 용기를 선사한다.
사교육비 20조 400억원. 대학 졸업시 까지 필요한 양육비 2억 3199만원.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8만 8000원. 대한민국이 사교육으로 멍들고 있다. 통계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 의하면, 2007년 우리나라 사교육 전체 시장규모는 20조 400억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해 국가예산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국가적 병폐’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교회들이 나서고 있다. 교회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청소년 방과후 교실을 개설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특히 보충학습 뿐만 아니라 신앙교육까지 병행하고 있어 복음 확장의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편집자 주〉

 


전주열린문교회

다양한 교우 자원봉사
중학생 35명 학습참여

영숙이(가명)는 구구단을 할 줄 몰랐다. 학령으로는 중학교 2학년이었지만 공부실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가난 속에서 영숙이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여 줄만큼 여유를 가진 가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영숙이도 이제는 곱셈과 나눗셈 만큼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방과후학교 선생님 한 분이 두 달 가까이 영숙이를 지극정성으로 붙잡고 구구단을 외우게 한 덕분이다. 영숙이의 변화는 단지 구구단 하나 외운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나도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영숙이의 표정에도, 생활에도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전주열린문교회(이광우 목사) 방과후학교는 다섯 번째 학기를 맞고 있다. 교회 자원봉사팀(팀장:정세환 장로)이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한 사역들을 찾던 중 방치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고안했고, 반년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주부 대학생 교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의 교우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처음 다섯 명의 학생으로 출발했던 방과후학교에는 현재 중학생 35명 가량이 출석하고 있다. 대부분 기초 수급대상자로 집안 형편이 좋지 않거나,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다.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다. 방과후학교 교감을 맡은 최은숙 권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끔씩 가정방문을 해보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되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학습과 생활태도가 습관화 되어 있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서 출결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고 부모님들과도 자주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점차적으로 자발적인 학습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사들 외에 아이들을 매번 집까지 수송해주는 봉사자들이나, 시험기간이면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챙겨주는 여전도회원들도 학생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이다. 교회학교 중고등부 교사들은 방과후학교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아파트단지를 돌며 홍보전단을 붙이고 다닌다. 방과후학교를 위해 전 교회가 함께 뛰는 셈이다.

설립된 지 15년째를 맞은 전주열린문교회는 제2기 사역의 비전 중 하나를 ‘차세대를 이끌어갈 지도자 양성’으로 정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그 비전 아래서 제도권 교육의 그늘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의 가슴에 희망의 새싹을 틔우며, 건강한 인재들을 키우는 중이다.


서울홍성교회

2개월 만에 11개 강좌
‘비전에 투자’ 적극 도입

지난해 연말 새성전을 건축한 홍성교회(이근수 목사). 이 교회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역 중에 하나가 ‘홍성방과후학교’다. 1월 14일 개설한 홍성방과후학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시작 2개월 만에 중등 7과목 고등 4과목 등 11개 강좌가 열릴 정도로 활기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홍성방과후학교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는 이유는 목회자의 확고한 의지와 성도들의 지원사격 때문이다. 이근수 목사는 평소 강단에서 교육을 강조해 왔다. 교회에서 목소리 큰 성도가 아닌, 세상에 영향력 있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목사의 주장이다.

홍성방과후학교 안정에는 돕는 손길의 영향도 컸다. 현장감을 살리고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현직 교사인 윤비연 집사(혜화여고)를 대표로 내세웠다. 독서실 운영을 위해 성도 12명을 팀으로 구성했다. 이밖에도 중고등부 교역자와 교사들의 협력도 이끌어 냈다.

“교회 사역이 다 그렇겠지만 한명의 의욕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특히 교육분야는 시대적 사명감과 투자라는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홍성방과후학교 대표 윤비연 집사의 말처럼 홍성교회는 영성 있는 차세대 리더를 길러 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공부하는 60여 명의 학생들은 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신앙교육도 함께 받고 있다.

현재 홍성방과후학교는 신앙교육을 위해서 매번 모일 때마다 기도회를 갖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매월 한차례 ‘비전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학업과 신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홍성방과후학교는 벌써 지역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윤비연 집사는 “주위에 믿지 않는 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방과후학교를 통해 중고등부가 부흥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홍성방과후학교는 이제 시작이기에 꿈도 많다. 공부와 신앙상담을 위한 ‘상담창구’를 개설할 예정이며, 일대일 개별학습 클리닉도 계획하고 있다. 또 장학제도를 신설해 해외유학까지 꿈꾼다고. 유치부와 유초등부 방과후학교 개설도 소망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요. 교회는 이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줘야 합니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동탄주다산교회

1대 1 교육 방식 도입
‘비전스쿨’ 놀라운 효과

동탄주다산교회(권순웅 교회)는 청년 리더 부재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교회에서 아이들의 사교육을 책임지는 것이다. 신앙과 학문을 모두 갖춘 차세대 기독교 리더를 양육하기 위해 주다산교회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비전스쿨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비전스쿨의 운영 방침은 간단했다. ‘주일에는 쉰다. 수업은 예배로 시작한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이들에게 비전을 심어준다.’ 그 원칙을 바탕으로 온라인 강의 시스템과 1:1 교육 방식을 도입하여 운영한 지 1년. 비전스쿨은 성적이 중하위권이었던 학생들을 내신 1등급까지 끌어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비전스쿨에서 공부한지 1년 만에 전교 81등이나 등수가 올랐다는 강예훈 학생(15)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전스쿨에서 공부하고 나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그래서 장래희망도 생겼어요. 제 꿈은 변호사예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도와주고, 범인을 잡아서 하나님의 말씀도 전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 이한나(16), 이연재(16), 조은혜(16) 학생은 시험 기간에 예배와 기도가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 비전스쿨의 신앙 교육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일 성경공부만으로 기독교 리더 양육을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교회가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성적 향상과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에 뛰어들어야 할 때다. 단, 주다산교회의 사례가 보여주듯 청소년 교육 사역의 중심은 반드시 예배와 기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효과적으로 공부방 운영하는 방법

1. 자습실을 만들라
학습의 기본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다. 사설 학원과 공부방에서 실시하는 수업은 자학자습을 위한 보충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자습 공간(독서실)을 만들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부터 길러주라.

2. 개별관리에 힘쓰라
공부방이 제도권학교나 사설학원과 가장 다른 점은 ‘한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학생이 학습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정형편은 어떤지, 무슨 고민을 지니고 있는지 세심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3. 엄선된 강사가 필요하다
화려한 홍보를 하는 사설학원과 달리, 교회 공부방은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학부모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신앙과 실력이 뛰어난 대학생 강사 섭외가 중요하다. 강사에게는 무료봉사를 강조하기 보다는 장학금을 줘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4. 필수 과목 ‘예배와 기도’
교회가 청소년 교육을 하는 목적은 차세대 기독교 리더를 육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성적 향상만큼이나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업 전 드리는 예배와 기도가 공부 습관이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쉽고 유익한 방법이다.

5. 온 교회가 함께 섬기자
담당자나 교사들만의 몫으로만 공부방 사역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학생들의 수송, 간식준비, 기도 등 다른 교우들이 멋진 공부방 운영을 위해 함께 감당할 수 있는 몫은 적지 않다.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이미영 수습기자 chop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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