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대서사극…국내 개봉 앞두고 교회 순회 상영

겁을 잔뜩 집어먹은 커다랗고 동그란 눈. 그 눈을 가진 사내는 천둥과 번개가 두려워 벌벌 떨고, 조그만 죄책감에 사로잡혀 몸부림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 확신과 결단이 담기면 사정은 달라진다. 권세가 하늘을 찔렀던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질타하며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친 사람, 바로 영화 〈루터〉에서 되살려낸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다. 그 루터가 다시 우리에게 외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다시 믿음으로 돌아가라고.

2003년 유럽에서 상영된 영화 〈루터〉가 곧 국내에서 개봉한다. 〈루터〉는 제작비만 420억 원이 투입된 할리우드 대서사극으로 종교개혁기념일 전날, 루터의 나라 독일에서 개봉했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는 찬사와 함께 미학을 위해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영화 〈루터〉는 인간 루터가 종교개혁가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지주와 영주를 위해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는 16세기 당시, 서민들에게 이생은 고통뿐, 오직 희망은 내세에 보장된 삶이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것을 이용하여 교회의 부를 축적한다. 면죄부를 사야만, 혹은 성자들의 유골과 성보를 눈으로 봐야만, 혹은 성지순례를 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한다. 성경은 성직자 일부의 전유물일 뿐이며 성경을 해석할 권리는 교황에게만 있다.

신약성서를 공부하면서 루터는 가톨릭교회의 교리가 한참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고, 교회의 비열한 행위에 대해 학문적인 토론을 요청하게 된다. 그것이 비텐베르크 성당문에 붙인 95개 논제. 그의 의견은 삽시간에 독일 전역으로 퍼지고, 농부와 귀족, 수도사들은 루터에게 동조하여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달리 농민들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하여 교회를 공격하고, 군대에 의해 10만 명의 군중이 살육당하자, 루터는 깊은 자책감에 빠진다. 곧이어 친구 울리히가 화형당하고 자신마저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는데, 과연 루터는 어떻게 교회의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영화 〈루터〉에서는 역사와 신학, 영화. 잘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잘 섞이지 않은 세 가지 주제가 만났다. 거룩하면서도 세속적인 주제가 상업적인 매체와 만나 제대로 연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 〈루터〉는 힘겨운 이 작업을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이뤄낸 듯하다.

〈루터〉의 감독을 맡은 에릭 틸은 “전기 영화에서 나타나는 무덤 냄새가 나지 않도록…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루터의 이야기를 건전하고 활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끄집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화려한 연출이나 강한 긴장감이 흐르는 전개는 아니지만 세상을 바꾼 루터의 매력적인 모습을 잘 부각해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엘리자베스〉에서 연기를 인정받은 조셉 파인즈도 루터 역을 맡아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나갔다. 또한 프리드리히 역의 피터 유스티노프, 슈타우비츠 역의 브루노 간즈, 카예탄 추기경 역의 매튜 카리에르, 카라티나 폰 보라 역의 클레어 콕스 등 화려한 조연들의 연기도 볼거리로 작용한다.

한편, 영화 〈루터〉는 현재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적 색채가 뚜렷한 영화가 대중 극장에서 흥행하기 어려운 여러 사례를 감안하여 개봉 전 교회 또는 학교의 요청을 받아 방문 상영하고 있다. (02)3477-9923.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