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이 사람/ 드로잉 쇼 예술감독 김진규

6월 소개 후 큰 반응, 공중파 출연도…전용극장 마련, 관객과 거리 좁혀

“그림은, 하나님이 주신 대사가 없는 언어인 것 같아요. 메마른 캔버스에서 생명력이 분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눈에 보이는 것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사당동에 위치한 드로잉쇼 사무실. 연말을 맞아 공연하랴, 학생들 가르치랴 정신 차릴 새 없이 바쁜 김진규 예술감독을 만났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에는 물감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진규 감독, 이 사람을 보면 2007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모 통신회사의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쇼를 하라!” 그는 고요한 미술관에서만 관람해야 했던 그림을, 신나고 강렬한 음악이 나오는 공연장으로 옮겨놓았다. 관람객들이 감상하는 것은 미술 작품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창작자들의 손끝을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다.

2007년 6월, 〈기독신문〉 지면에 ‘움직이는 미술, 무대에 서다’라는 제목으로 드로잉쇼가 소개됐다. 그 당시 김진규 감독은 성경의 이야기를 열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드로잉쇼 에피소드1-크라이스트 드로잉’을 공연했다. 그리고 공연은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처음으로 시도된 ‘그림콘서트’는 호기심이 많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였고 마술 같은 그림쇼는 보는 이들을 열광시켰다.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잇자, 공중파에서도 출연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SBS 〈스타킹〉, KBS 〈VJ클럽〉, MBC 〈로그인 싱싱뉴스〉 등의 프로그램에 그는 시청자를 상대로 드로잉쇼를 공연하기도 했다.

“사실, 공중파 출연을 좀 꺼려했었어요. 드로잉쇼는 미술 재료와 기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과 물감의 농도와 적합한 타이밍이 쇼의 성패를 좌우하죠. 그런데 텔레비전 녹화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얼마 전 〈스타킹〉에서도 폭포수 그림에서 물감이 폭포의 반만 쏟아져내려왔죠.”

이제 드로잉쇼는 ‘두 번째 에피소드-명작’을 공연 중이다. 그의 첫 공연이 직접적으로 복음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꾸몄다. 드로잉 전용극장도 생겼다. 이윤을 위해 조금 더 큰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었지만, 관객의 바로 눈앞에서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70석 남짓한 공간으로 정했다고. 그리고 이 공간은 매일 그의 공연을 찾아오는 관객들로 꽉꽉 찬다.

쇼가 시작됐다. 커다란 흰 종이에 아무렇게나 슥슥 선을 긋고 손바닥으로 마구 문지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꽃이 만발한다. 현란한 손동작, 몸동작에 정신을 빼앗기다보면 어느 새 캔버스 속의 선들은 사물의 형체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빠른 속도로 그려낸 험준한 산과 폭포, 그림을 그린 후 김 감독이 사라진 후 텅빈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순간 그림 속 폭포에서 파란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온다. 3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손가락 끝에서 탄생하면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탄성이 새어나온다.

김 감독은 공연이 끝난 후에는 그림을 모두 폐기처분한다. 아깝다는 말에 그는 말했다. 이미 그림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겼으면 꼭 손에 넣지 않더라도 이미 그 그림을 가진 거라고.

“미래와 비전을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세요. 유리에 호호 입김을 불거나,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서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것이 바로 ‘드로잉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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