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이다 LET'S 通〉의 저자 조병호 박사

계약 중심의 서구신학이 놓쳤던 성경의 관계성 주목해야

지난 5월 22일 한시미션 조병호 박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 박사와 함께 ‘동서동행 미래교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당시 조 박사는 ‘통(通·Tong)’이란 개념을 들고 나와, 계약적인 서구 교회와 관계적인 동양 교회가 동등한 관계에서 만나야(통해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고 성경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에 앞서 조병호 박사는 〈21세기는 통이다〉란 책을 통해, ‘통’이란 무엇이고 왜 동양과 서양이 ‘통’해야 하는지, 절대성이 부정되는 21세기 포트스모더니즘 시대에 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성경을 통으로 보고 읽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컨퍼런스를 앞둔 상황에서 이 책은 ‘통은 무엇이고, 왜 동·서양 교회가 통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에만 집중됐다.

컨퍼런스의 열기가 지나가고 6개월이 흐른 지금 조병호 박사가 〈21세기는 통이다〉의 개정판 〈통이다 LET'S 通〉(땅에쓰신글씨·이하 〈통이다〉)을 내놓았다. 내용은 큰 변화가 없지만 좀더 다듬고 정리한 책이다. 그러나 한번의 격정이 지나갔기 때문일까, 통에 대한 선이해가 있었기 때문일까, 같은 내용의 책이 다르게 다가온다.

〈통이다〉에서 가장 관심있게 다가온 부분은 ‘일반사회편 3장 21세기와 통(通)’이었다. 6개월 전에는 눈길이 가지 않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야말로 교회가 본래 성경의 정신을 다시 회복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절대성, 보편성을 부정하고 다양성 상대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절대자 유일무이한 하나님을 믿는 교회가 양립할 수 있고 나아가 교회에 도움이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티 시대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들, 예를 들어 이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감성, 남성 중심 사회에서 배제됐던 여성, 힘없고 가난했던 제3세계 국가들이 당당히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성과 이성에 기반을 둔 서구 교회는 몰락했지만, 다양성의 중요함을 알았다. 계약 중심의 서구신학이 놓쳤던 성경의 관계성-동양의 특징-을 깨달은 것이다.”

조병호 박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져온 다양성의 인정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인 다양성 상대성은 각 부분들이 결속할 수 있는 중심(절대진리)까지 무너뜨리며 필연적으로 무질서함과 이기주의가 나타난다. 어쩌면 이것이 더 큰 폐해가 아닐까? 저자는 이 질문에 “그래서 21세기는 ‘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통은 각 개체를 꿰뚫어 보면서, 전체 속에서 각 개체와 개체들이 갖는 의미를 함께 인식하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처럼)각 개체를 인정하면서 무수한 부분(개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 전체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 이것이 통이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본질적 가치란 두말할 것도 없이 성경이다. 조 박사는 2000년 전 신약시대에 이미 어떤 차별도 없는 인간관을 보여준 성경을 예로 들며, 이런 성경의 가치는 오늘 우리의 시대에도 영향력이 있고 파편화된 모든 부분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경의 인간관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알아가는 사람, 인간의 가치를 알고 알아가는 사람,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용서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이런 인간관이 예수님 당시 초대교회에서 선포됐다. 성경은 이런 가치들이 담겨 있고, 성경통독을 통해 이 가치들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도 남아 있다. 타종교 심지어 비종교도 인정해야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 속에서 선교는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형태로 변모해야 하는지. 동양적 기반위에서 충실히 서양 신학을 배워 이미 내재적으로 ‘통’을 경험한 한국 교회의 쇠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통’의 가치를 어떻게 실천하고 세계화할 것인지.

한국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게토화 됐다는 비판을 받는 현실에서, 〈통이다 LET'S 通〉은 한국 교회에 새로운 가능성인 동시에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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