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빈민가 출신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내한공연

어린이들의 전유물인 꿈과 희망, 이 단어조차 사치인 아이들이 있다. 케나 나이로비 고로고초 지역에서 생존의 문제에 매 순간 맞닥뜨려야 하는 아이들, 눈동자가 텅 비어 쓰레기더미에서 허공을 응시한 채 쓰레기를 파먹는 버려진 아이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소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약간 어눌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 발음, 카랑카랑하면서도 탁 트인 흑인 특유의 음색이 양재 횃불회관에 울려퍼질 때, 객석 곳곳에서는 눈물 훔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도저히 감사할 수도,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즐거워 견딜 수 없는 표정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창단 1년을 맞이한 굿네이버스 지라니어린이합창단(단장:임태종 목사)이 탄생한 곳은 케냐 고르고초 지역. 유엔이 지정한 세계 10대 빈민가 중 한 곳이다. 이곳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위치해 있고 주민들은 쓰레기를 주워서 갖다팔아 근근이 생활을 유지한다. 임태종 목사는 굿네이버스 사업장에 가는 길에 이 쓰레기장을 지나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쓰레기를 파먹는 돼지와 큰 새떼들 사이에 기아 직전의 한 아이가 주저앉아 쓰레기를 입 속으로 쑤셔넣고 있었던 것.

{무기력한 그 표정이 계속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이 아이들 속에도 하나님이 주신 존엄성이 있을 텐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죠. 그런데 만약 이 아이가 노래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사람들 앞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습니다.}

임 목사는 그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결성했다. 이 배경에는 국내외 모든 활동을 내려놓은 지휘자 김재창 씨의 희생과 물질적으로 이 사업을 지원한 시티건설 최찬웅 회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줄조차 제대로 서지 못했던 아이들, 괴성에 가까운 소리만 꽥꽥 질러대던 아이들이 두 달 만에 [도라지타령]과 [에델바이스]를 불러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케냐를 대표하는 어린이합창단으로 당당히 성장해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텅빈 눈동자는 기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사람을 피하던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상냥하게 인사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기적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 속에서 흑인 특유의 보석 같은 영성과 음악성이 나왔으니까요. 이 아이들이 나중에 케냐와 아프리카를 책임질 지도자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라니합창단이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단원들 대부분이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여권 발급이 매우 어려웠다고.

(02) 67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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