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체험기 / 구인숙 집사(이·미용 팀)

루디아 이미용 봉사단원이 되어 처음 봉사하던 날, 나는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흉한 모습에 거의 모든 주민이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하는 그들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넘었다.

소록도에 미용봉사를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언제 미용기술을 익혔느냐고 눈을 크게 뜬다. 커트와 파마기술도 없지만 할 일이 많고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아직도 나는 기술을 배울 생각도 않고 보조원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3개월에 한번씩, 정한 날에 한번도 어김없이 소록도 봉사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9시가 조금 넘어 녹동 항에 도착하여 바로 앞에 바라다 보이는 소록도행 배를 탔다. 이미 교회 앞마당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휠체어가 가득했다. 돌아가는 마지막 배 시간까지 원하는 사람을 다 섬겨야 하기에 곧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플래카드를 치고, 짐을 나르고, 접수하고, 자리에 안내하고, 사탕을 입에 넣어주고, 커피를 타서 나르고, 커트 준비를 해주고, 빗자루를 들고, 파마에 필요한 도구를 연신 집어 건네주고, 환우를 부축해 주고, 머리를 감기고, 점심을 차리고 치우고, 파마를 위해 중화제를 바르고, 롤을 풀고, 파마 기구를 씻어 정리하는 일은 나 같은 보조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점심은 눈치껏 틈을 내서 먹었다. 꿀맛이었다.

오후에는 커트 한 팀이 출장봉사를 나갔다. 방안에서만 생활하는 중환자들을 위해서였다. 순회가 끝나갈 무렵 현장에서도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 12:15)

봉사 받은 수가 173명이 넘었다. 수없는 찬사와 감사의 말을 들으며 우리 광주중앙교회 루디아팀만 기다리는 수많은 단골 고객들과 잘 있으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물을 묻히며 일하는 것을 즐거워할 수 있도록 소록도 봉사대열에 동참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역시 정기적으로 가는 교도소와 양로원의 미용봉사에도 더 열심히 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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