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제정으로 ‘작은 도서관’ 설립 증가…목회자 장기적 비전 중요

▲ 계산교회 푸른초장 도서관은 교회 이미지 개선과 문화사역의 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일 오전 11시. 푸른초장도서관 사서 신남순 집사의 손길이 바빠진다. 주일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들어오는가 하면, 다음 예배를 기다리며 느긋하게 책을 고르는 성도들도 있다.

이렇게 한차례 북새통을 이루고 나면 오후에는 청년들의 차지가 된다. 이날 대출 및 반납된 도서만 500여권. 그만큼 푸른초장을 찾는 발길들이 많다는 뜻이다.

인천 계산교회(김태일 목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푸른초장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설치한 창이며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그래서 3000명이라는 교회 회원도 소중하지만 500여명에 육박하는 일반 회원이 더 소중하다. 신남순 집사는 “이곳을 찾은 일반인들 중에 교회에서 참 좋은 일을 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면서 “푸른초장은 교회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고리이자 전도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도서관, 문화를 말하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교회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호흡하기도 한다. 교회 입장에서는 도서관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교회의 이미지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전도로까지 연결돼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계산교회 푸른초장처럼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교회를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북카페나 작은 도서관을 세우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천안백석장로교회(최인광 목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천안주민문고는 지역 주민과 함께 운영위원회까지 두고 있다. 서울 독산동에 위치한 지혜의 숲(신일교회·이권희 목사)은 지난해 이 교회가 리모델링하면서 지역에 내놓은 특별한 선물이다. 하늘꿈 도서관(늘빛교회·강정훈 목사)은 40여평의 독립된 공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에 호응이 크다.

여기에 대구 침산제일교회(송재영 목사)의 침산열린도서관과 대전 나누리교회(홍용춘 목사) 부설 송촌마을도서관 등 사립문고 형태로 운영되는 교회도서관은 전국적으로 1800여개에 이른다. 이제는 성결교와 감리교처럼 교단 차원에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추세이다.

생각보다 만만찮은 운영
교회도서관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가 눈에 띄면서 사립문고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사립문교협회(대표:진인문 목사)에 의하면 불과 15년 전만해도 수십개에 불과하던 사립문고가 이제는 2000여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도서관진흥법이 발효돼 지자체의 행정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교회에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간과 도서만 갖추면 된다. 10평 이상의 공간과 6석 이상의 좌석, 그리고 1000권 이상의 장서를 갖추면 정식으로 문고설립을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이 교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공들여 개설한 도서관이 먼지만 날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신동석 사립문고협회 상임이사는 “교회도서관이 실패하는 이유는 세가지”라고 밝혔다. 교회도서관을 개설할 당시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주로 기증서적으로 채우게 된다. 때문에 신간서적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또 자원봉사 인력 부족과 독서교실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부재가 여기에 한 몫 한다.

따라서 교회도서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운영위원회’와 같은 후원조직을 발족하거나 같은 도서관끼리 서적을 공동구매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운영비나 신간도서(연 1200권)를 대출해 주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정년퇴임한 공직자를 중심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 또한 지자체나 자원봉사단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약간의 교통비만 지출하면 된다. 소프트웨어는 각종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교회도서관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사립문교협회에서도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뚜렷한 비전이다. 신동석 이사는 “교회도서관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목회자의 장기적인 안목을 강조했다.

교회 외적으로는 불신자 전도와 이미지 증대, 교회 내적으로는 성도의 경건한 신앙 증대와 ‘거목 양성’이라는 교회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교회도서관. 그러나 이 많은 열매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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