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을 누리던 한국교회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갱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세기를 앞두고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교회갱신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을 좌담을 통해 살펴본다. 좌담은 3월 9일 팔레스 호텔에서 조찬 모임으로 열렸다.'편집자'

참석자(최기채 김윤배 옥한흠 한명수(이상 목사) 윤근창 장로)

▲한명수 목사(본보 주필):한국교회안에는 여러개의 교회갱신 그룹들이 있습니다. 목적이 좋고 설립동기도 순수하지만 지금까지 과정과 몇몇 결과를 놓고 볼때 문제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올바른 방향정립을 갈망하면서도 실제로는 모순된 행동이 없지 않았습니다. 뜻있는 분들의 고뇌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 갱신의 현실을 점검해 보고 의식전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대책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최기채 목사(증경총회장):모든 모임은 조직과 목적은 비슷하나 정치적인 모임이 있고 친목모임이 있습니다. 영적, 질적 갱신을 위한 모임을 다함께 취급해도 될까요.

▲한 목사:잣대의 문제인데 정치적 모임이 아닌 친목모임일지라도 정치집단으로 변질할 위험이 있는가 한면 정치적인 모임도 순수하게 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나 통합의 바른목회자협의회,기장의 21세기 목회자협의회, 고신의 고신정신잇기협의회 모임은 목적도 순수하고 바르게 해나가겠다는 동기도 같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국교회의 갱신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옥한흠 목사(교회갱신협의회 회장):기독교정신이나 장로교정신은 양심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있습니다.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에게 어떤 법과 집단의 힘으로 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교단안에 모임들이 있으면 목적과 동기가 순수할 경우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도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소신은 조직이나 정치보다 하나님 말씀의 본질을 먼저 세우고 강단을 지키며 정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조직이나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여지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교단에 기여하지 못한점도 없지 않습니다. 몇년전 총회 선거풍토가 너무 타락한것을 보고 총회 몇몇 단체와 호소문을 돌리며 공명선거운동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학교 이사회에 들어와서 어렵구나 하는것을 느꼈습니다. 문제는 잘못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악순환은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된다. 나중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덤에 침.는 자도 생길것이다. 그전에 우리라도 몸부림쳐봐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절박감에서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동역자들과 의논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교회갱신협의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통합측 바른목회자협의회도 갱신운동으로 목적을 바꾸었고 각 교단에서 갱신그룹들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이처럼 갱신협의회들이 생겨나고 목적도 일치(unity), 갱신(renewal), 교회의 사회에 대한 책임(Diaconia)으로 같다보니 한국목회자협의회가 창립되게 됐지요.

▲한 목사:교회갱신에 있어서 장로님들도 바로하려는 의지가 높으신데 교회갱신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고 올바른 갱신을 위해 극복해야할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지요.

▲윤근창 장로(왕십리교회):오늘날 교회 문제는 우리교단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개신교 전체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저는 총회가 갱신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장로들도 그동안 교단사랑하는 마음으로 선거풍토쇄신에 앞장서는 등 교단개혁을 외쳐왔습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런 목소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갱신의 대상이 돼야할 점으로 저는 검화비 문제를 들고 싶습니다. 요즘 교계는 검화비 바람이 너무 만연돼 있습니다. 검화비의 순수한 의미가 너무 퇴색해 있습니다. 이러한 풍토가 만연되다보니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습니다. 금품을 거절할줄 아는 용기있는 지도자들이 나와야 합니다. 또 하나는 선거풍토입니다. 금년에도 장로들은 장로회를 중심으로 선거풍토 쇄신에 앞장설 것입니다. 그러나 교계지도자들과 선거의 주체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먼저 각성하고 변화돼야 합니다. 교회 갱신의 시작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윤배 목사(총신 재단이사장):동감입니다. 지금 현실적으로 여러 상황을 더이상 방치하다가는 때늦은 후회를 하게될 것입니다. 이제 시정의 필요성은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일을 실천할 강한 의지와 사명감을 가진 지도자가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또 교회 갱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갱신의 주체들이 얼만큼 잘 뭉치고 큰 목소리를 내느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필요성은 느끼는데 앞장서려는 사람이 적어 방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정치논리를 떠나 순수하게 지도자들이 모여 숙의하면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총회 선거도 현재로 봐서 금권선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제비뽑기 방법도 .찮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을 강화시키고 총회에 기여할 만한 지도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객관적인 비교는 해보지도 않고 이해관계 있는 소수가 반대한다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목사:좋은 의견들입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벽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갭을 어떻게 메꿔나갈 것인지 대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봅시다.

▲최기채 목사:갱신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니 선거와 관련된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는데 선거문제는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봅니다. 더 큰 문제는 법과 제도입니다. 거기에 금전문제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선거도 한가지를 막으면 두가지가 터지곤 하는데 금권선거만 막아 문제가 해결된다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선거문제는 종합적인 문제입니다. 법과 제도와 의식이 동시에 개혁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교갱협이 발족될 당시 고문으로 위촉됐는데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숫자 확장에 주력하는 것 같아 염려되는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갱신은 인정받는 창조적인 소수가 외치는 것이 부패한 다수가 외치는 것보다 더 효과도 있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식있는 인사들이 많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극단적인 처방도 삼가는게 바람직합니다. 좀 더디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갱신을 위해서 장로님들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무조건 예스맨이 아닌 똑똑한 장로 5인만 있으면 교단이 바르게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 목사:1985년 소위 정화총회에서 개혁을 할때 조직을 움직여야 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금전이 동원됐습니다. 그때가 돈쓰는 총회의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14회기를 지나면서 우리 모두가 그같은 잘못에 적게 혹은 깊이 또는 무의식적으로 관여하고 물들어 왔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또다른 대안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최 목사:신문 등 언론이 앞장서고 교갱협 같은 개혁단체에 기대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교갱협이 조직되고 보니 소외된자들이 또다른 조직을 만들게 되고 그러다보니 정치적인 이익단체들이 생겨나는것 같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힘과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사, 조직의 자유는 있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집단화되고 돈이 개입되는데 이런 일들은 자제돼야 합니다. 최근 보면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들도 여비를 안주면 모임에 나오지 않을 정도라는데 시정돼야 합니다.

▲김 목사:원론적인 얘기지만 어떤 자리에 않으려는 만큼 자리값을 하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요즘 자리값을 하기위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노력하는자가 얼마나 있습니까. 그러한 의지가 결여됐을때 반개혁적인 저항이 생기게 됩니다. 돈쓰고 자리를 차지하면 그 위치에 대한 인사는 하겠지만 존경은 못합니다. 단지 이름만 남기면 뭣합니까. 그같은 차원에서 총회 선거도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총회 발전을 위한 기여금도 내게하고 제비뽑기를 하면 총회에 기여하고 존경받는 지도자들도 많이 나올것입니다.

▲최 목사:좋은 이상이신데 제비뽑기는 최후적인 비상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제도가 있어도 지켜지지 않고 또 법을 어겨도 제제의 실효성이 없어 성숙한 의식말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문제입니다. 법이나 제도는 지키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겼을때 벌칙을 집행하고 이에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법과 제도가 권위를 잃으면 그 순간 존재가치는 사라지게 됩니다.

▲한 목사:제비뽑기로 총회에 기여금을 내게 한다는것은 좋은 말씀인데 교회는 지적가치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윤 장로: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선거문제는 먼저 지도자들이 거듭나야 합니다. 스스로가 지도자로 손색이 없는지 반성해 봐야 합니다. 말로 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행동으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선거 출마자나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 유권자들이 스스로 각성하고 고치지 않으면 선거풍토 개혁은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타락한 선거풍토는 교회이미지를 추락시켜 오늘날 침체현상을 불러왔으며 교회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심었습니다. 초대교회처럼 순수하고 옛날 목회자들처럼 존경받는 교회상과 지도자상을 찾아야 합니다.

▲옥 목사:동감합니다. 목사들이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총대도 연연하지 말고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는 과감하게 내놓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음에 욕심이 차 있으면 갱신은 요원합니다. 우선 시급한게 법과 조직의 정비라면 뜻있는 분들이 앞장서 법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근래에는 1년전에 선거운동을 제한시키니까 2-3년전부터 선거운동을 합니다. 오죽하면 제비뽑기가 나왔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이 법을 악용하고 부패의 온상을 만들어내는지 당당하게 내놓고 제거해야 합니다. 상비부도 고쳐야 합니다. 각본이 이미 짜여있는 조직이 무슨 생산적인 일을 하겠습니까. 농경사회에 있던 법이 오늘날 우리의 법입니다. 권력싸움이 아니라 목회가 우선되고 교회가 발전할 수 있는 법과 조직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 신문사도 가장 부패하고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시급한 것부터 지적해서 시정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 목사:최 목사님은 사조직은 삼가하는게 좋겠다고 하고 옥 목사님은 양심과 결사의 자유를 내세워 억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 갈등의 노출로 현실과 이상의 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농경사회법이라지만 그것도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조건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지요. 교단개혁의 절차와 방향 등도 현 제도안에서부터 시작돼야하기 때문이지요. 갱신그룹들의 외침은 순수하다지만 동기까지 다 살필 수 없다는 것이 조그만 한계라면 한계입니다. 총회 결의나 세례교인 의무금제도 등이 잘 지켜지지 않는것도 총회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갱신에 대한 하나의 의지를 대변하는 예라고 할수 있겠지요.

▲김 목사:보다 넓은 의미에서 교회갱신은 역사의 줄기를 바르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개인의 의식개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제도만 고치고 사람만 바뀐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특히 사회에 모범이 돼야합니다. 사회보다 뒤떨어진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외칠 수는 없습니까. 갱신은 말로 하는것이 아닙니다. 의식의 개혁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 목사: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말씀이 총회 구성원들과 교단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것입니다. 좌담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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