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시간을 새벽에서 저녁으로 옮기자는 데 정 기자가 동의했으므로 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이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관한 한 그동안 세워놓은 지침만 따라가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 기자가 살이 찌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마음을 푹 놓고 있었던 것이 실수였다. 지난달 프로젝트 이후 두 주일 이상 훌쩍 지나고서야 정 기자에게 운동이 잘 되어가는지, 무심하게 물었다. 정 기자의 대답을 듣고 아차, 싶었다. 운동을 안한 지 열흘이 넘었다는 것이다.

“사실,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아.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 시간 내는 건 쉬운 일인데, 다들 알다시피 저녁에 취재가 몰려 있거나 마감이 닥치면 운동하러 갈 수가 없잖아. 일도 그렇고, 차가운 쇳덩어리에 붙어서 그것이랑 싸우는 것도 더 이상 못하겠어. 재미가 나야 말이지.”

생각만큼 살이 팍팍 쪄야 그것에라도 위안을 삼고 운동에 재미를 붙일 텐데, 이것은 눈에 확 띄는 효과조차 없으니. 살이 찔 수 있다는 가느다란 희망은 힘든 운동 시간에는 다른 마음으로 바뀌었다. 내가 뭐, 이것까지 해야 하나 하는. 먹먹한 정 기자의 표정을 보고 트레이너와 다시 상의했다. 트레이너는 새로운, 그러나 조금은 위험한 ‘대안’을 내놓았다.

“3개월 만에 확실하게 살이 찌기 위한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운동하면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게 어떨까요?”

단백질 보충제!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운동을 좀 한다 싶은 사람들에게서 지나가며 한 번씩은 들어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살은 찌는데, 부작용은 없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세워놓았던 ‘건강하게 살찌우기’에 대하면 뭔가 비겁한 방법 같기도 했다.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좀더 빠르고 쉽게 갈 것인가, 아니면 정석으로 천천히 한 계단씩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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