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사모가 달라지고 있다] 1. 사모가 일어서고 있다

'비전 공유한 공동사역자'로 역할 확대, 의미있는 변화 이끌어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사모가 일어서고 있다
2. 사모로 산다는 것
3. 사모 대담

청교도들의 사모(상)

청교도·개혁주의가 교단적 차원의 뿌리인 만큼, 그 줄기 속에 배어있는 전통적인 사모 상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구체적인 지침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주의의 전통적 사모는 경건에 치중하고 가정 안녕과 구성원의 영혼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이면서 손님 접대에 지극하며 남편과 함께 동일한 영적 성숙을 도모하는 존재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의 청교도라고 불렸던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의 아내의 경우, 이 특유의 정형과는 거리가 있다. 로이드 사모는 가정 사역 뿐 아니라, 부교역자처럼 주일학교의 총책임자로 교회를 섬기기도 했다. 사모로서 교역자 역할을 한 사례다.

예장총회의 사모(상)

총회적 차원의 사모 상은 보다 간단하다. 이렇다 할 지침이나 기록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초창기 일부 사모들이 ‘나섬’으로 생긴 교회 내 후유증을 적극적으로 다룬 교회들은 꽤 있다. 서울 종로의 ‘S’교회의 경우가 그 좋은 예로, 사모의 나섬을 금지하는 안을 교회 내에서 성문화 시킨 바도 있다.
92회 역사의 총회 회의록에도 사모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역대 총회의 경우, 1938년 제27회 총회 시 순천노회에서 올린 ‘교역자부인수양회 개최’ 건이 전부다. “아마도 한국 교회가 남성 위주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교역자부인수양회 건을 제보한 신세원 목사(증경총회장)의 말이다.

사모는 최적의 사역자?

▲ 자녀 교육 특강을 하고 있는 삼양교회 유명자 사모.
하지만 오늘날의 사모들은 예전과 상이하다. 서울 삼양교회(서창원 목사)의 유명자 사모는 교회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있다. 영국 유학 경험과 가르치는 은사가 있다는 것이 남편 서창원 목사의 설명이다. 신혼부부와 성경공부기초반을 15년째 진행하고 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정을 위한 실제적 강의가 젊은 층에게 파고들면서 이들의 교회 안착과 헌신도는 눈에 띄게 다르다고 한다. “100%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서 목사는 자신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내가 맡고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고 강조한다.

사모님은 목사님 비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영교회(최복규 목사)의 경우처럼 적극적인 사례가 또 있을까? 최복규 목사의 이시화 사모는 교회의 공식 ‘행정비서’다. 아울러 청년부를 맡고 있는 교역자면서, 셀 리더들을 키우는 간사이기도하다. 이 사모가 전문적인 사역자가 된 것은 6년 전. 청년부 교역자가 바뀔 때 마다 끊어지는 연속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돼 청년사역을 안정감 있게 발전시켜 놓았다는 것이 최 목사의 설명이다. 대영교회의 경우는 담임목회자가 사모를 전략적으로 키운 케이스. 최 목사는 28년간 히브리어도 가르치고 제자훈련을 가르치고 셀 리더 훈련까지 시켰다.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비전 공유가 가능해져서 좋습니다. 공동사역이라 좋고 비전이 하나로 흐르게 되어 좋고 여성인지라 제가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서 참 좋구요. 앞으로 21세기엔 사모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사모의 전격적인 투입을 앞두고 최 목사는 당회에 정중히 부탁을 했었다고 한다. 교회를 위한 일이니 사모가 나서더라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회원들의 협조 속에 이 사모의 사역은 좋은 결실로 답례했다. 현재 청년들과 함께 필리핀 선교를 떠났다는 사모는 매월 소액의 사례와 심방용 승용차를 제공받는 등 교역자로서 기여를 하고 있다.

사진 찍는 사모

▲ 원산도 아이들을 담은 김기정 사모의 사진.
충남 보령에 위치한 원산도교회(정형진 목사)의 김기정 사모는 이 마을 예술 사진사다. 남편 따라 시골 마을에 내려온 기특한 젊은 사모로만 보면 오산. 마을 주민에게 김 사모는 전문가용 착탈식렌즈카메라(DSLR)를 들고 주민들의 순수한 표정을 담아내는 고마운 이웃이다. 주민들을 수시로 찾아 말동무가 되어주는 김 사모. 그렇게 앵글로 담아내는 표정과 마을 풍광은 이내 그녀의 홈페이지에 올라  예술로 탄생한다. 그래서 김 사모는 교회 인근 주민들과 아이들에겐 며느리 같고 고모나 언니 같은 존재다. 개인 팬들도 있는 김 사모는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을 주민들과 외부인들에게 퍼주고 있다. 가식 없는 사진 봉사로 사모이기 이전에 주민들의 친근한 이웃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모들, 달라지다

이처럼 달라진 사모 상을 목회현장에서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전중앙교회(최병남 목사), 남서울은혜교회(피종진 목사)와 같은 대형교회로부터 진리교회(강문진 목사)와 같은 중소급 교회에 이르기까지, 사모들이 나서 사역적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여자들은 잠잠하라’ ‘사모가 나서면 덕이 안 돼…’라는 식의 인식도 이제는 옛 말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한국 교회 안에 사모들이 ‘조용히’ 일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교회도 ‘조용히’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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