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해답없는 재정관리…‘신앙적 경제관’ 먼저 가지세요

강북 K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임옥란 권사(가명)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여전도회 회장에 성가대 대장, 교구장까지 겸직할 정도로 교회에 헌신적인 그가 시험에 든 이유는 다름 아닌 ‘부동산’ 때문이다.

임 권사는 교회에서도 알아주는 부동산 투자가다. 4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상가만 70억이 넘는다. 30대 초반, 미아리에 있는 전셋집을 이용해 시작한 부동산 투자가 15년 만에 ‘대박’이 됐다.

큰 돈을 만지게 된 임옥란 권사는 십일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특히 자난 5월 초순에 거래한 12억짜리 상가 매매 때에는 고민이 더했다. 때마침 교회에서는 ‘온전한 십일조’에 대한 설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 권사는 이 설교를 듣고 온전한 십일조가 12억의 10%인 1억2000만원인지 아니면 거래대금과 각종 세금을 제외한 순이익 중에 10%인지 궁금해졌다.

“목사님께 문의하고 싶지만 왠지 부동산 투기꾼으로 보일까봐 말도 못해요. 또 권사가 돈 이야기를 꺼내면 믿음이 없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정호 집사(가명)는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금으로 고민이다. 지난해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산 것이 원인이 됐다. 2억원에 대한 이자만 매달 100만원이 넘지만 상환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아이의 학원비에 생활비까지 합하면, 매달 마이너스 인생이다.

생활이 이렇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뽑아 쓰는 일이 흔해졌다. 헌금도 마찬가지. 건축헌금에 감사헌금, 십일조 등 각종 헌금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뽑아다 내고 있다.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헌금을 미루고 싶지만 왠지 꺼림직하다. 그렇다고 은행돈을 빌려다가 헌금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한국 교회의 30~40대 가장들 중에 저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주택 대출금에 애들 교육비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로또’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마이너스 상황에서도 꼭 헌금을 해야 하나요?”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대변하는 이 말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 경제 관련 기사가 1면부터 장식을 하고 있다. “다단계 빚 때문에 일가족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사회면 기사도 결국 경제 관련 기사다. 신문은 그것도 모자라 경제면 속지까지 만들어 전국민을 경제학 박사로 만들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TV뉴스도 온갖 돈 이야기뿐이다. 심지어는 일기예보도 경제논리로 풀어간다. 드라마와 각종 오락프로는 이미 ‘돈’이 접수한 상태다.

정치도 경제가 이슈다. 민주주의 확산과 자유는 구시대의 유산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경제를 일으키는 대통령이 필요한 때가 됐다. 그래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한국을 부자로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아우성이다.

우리의 휴대폰도 경제에서 안녕하지 못하다. “싼 이자로 급전을 빌려준다”고 유혹하는 대부업체의 광고
는 24시간 쉬지 않고 우리를 괴롭힌다. 말 그대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이처럼 우리의 삶은 경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교회는 변변한 무기 하나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회 성도들은 ‘신앙적 경제’에 대해 갈급하지만 정작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교회는 2000년 전의 말씀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재정관리 전문가들은 교회가 경제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전통주의적 경제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선조들은 입에서 돈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점잖치 못한 언행으로 치부했다. 여기에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경구절이 접목해 교회에서 돈은 금기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 교회는 돈 문제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교인들에게 어려운 가계 사정을 타개할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 채 십일조와 헌금에 대한 부담감만 지우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도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갈할 관련 서적도 전무한 상태다. 기독교 서점에는 10여 권의 책자가 있지만 대다수가 외국 원서를 번역한 것이여서 한국 교회 성도들의 실생활에는 별도움이 안된다.

인적자원 태부족도 마찬가지. 청교도의 나라인 미국에는 기독교 재정 상담자들만 300명을 넘지만 한국은 5명도 되지 않는다.

교계 차원의 대응도 다르다. 국민 부채가 9천조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부채 속에 신음하는 기독교인들의 문제에 교회가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국 기독교잡지 크리스챠니티투데이는 2006년 크리스천 재무 상담 기사를 연재했다. 크리스천 TV, 라디오 프로그램은 경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다루고 교회들은 규칙적으로 자금 운영에 대한 정기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다. 국민 1인당 부채 1400만원으로 한국 사회는 빚에 쪼들리고 있지만 교회는 그 흔한 ‘헐리우드 액션’도 취하질 않는다.

한국 교회 성도들은 오늘도 궁금증으로 목마르다. “크리스천 재정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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