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까지 관리하시는 하나님 ... 신앙열정이 연기생활의 원동력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 경기도 용인. … 거긴 왜? … 아버님 뵐려고. … 무슨 아버님? 아버님 언제 용인으로 이사 가셨어?}
탤런트 송재호(68 · 오륜교회). 그는 이 시대 아버지의 마지막 보루다. 송재호는 최근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지수(배종옥 분)의 아버지로 등장했다.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다는 자극적인 소재로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에서 송재호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바른 말만 하기 때문에 아들딸들이 항상 따르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뿐인가? 2006년도에 방영된 KBS2 수목미니시리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도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줬다. 꿈의 시청률이라는 40%대를 훌쩍 넘었던 KBS2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2005)에서는 우리네 아버님의 이상형을 그려냈다.

이상적 아버지상 그려

이렇듯 20년 넘게 [존경하옵는 아버님]으로 각인된 송재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왕PD 때문이죠.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그분은 나에게 온화한 아버지 역할만 시킵니다. 나도 악역할 수 있는데….}
그가 말하는 왕PD는 바로 하나님이다. 지난 27년간 하나님께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 심지어는 스케줄까지 관리하신다고 믿는다.
그래서인가? 누구를 만나든지 인사 첫 마디가 [탤런트 송재호]가 아닌 [장로 송재호]로 자신을 소개한다. 
원래 송재호 장로는 타종교 신자였다. 그는 이를 두고 {귀신을 믿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꿈속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주 뒤 송 장로도 아내를 따랐다.
{1980년입니다. 그해 방송연기대상을 받는 등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 했죠. 그러나 벌여놓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빚쟁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극과 극에 처한 상황이었죠. 당시 세 번이나 죽으려고 했어요.}
그 때 평소 방송국에서 알고 지내던 분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살 소망을 찾았다고.

원더풀, 아빠의 청춘

정도를 걷는 아버지의 삐딱한 [청춘]이 궁금했다.
그는 이상하게 영화가 좋았다.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은 그의 우상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가방에 도시락은 없어도 카메라는 들어 있었다. 공고에 진학한 것도, 영사기와 카메라를 자기 손으로 깎아서 만들어 보고자 함이었다.
국어 시간에 시나리오를 쓰다 선생님한테 딱걸려서(?) 부산 광복동 영화 토론 모임에 따라나가기도 했다. 국문과에 진학한 건 국어 선생님이 {임마, 영화 하려면 문학을 알아야 돼}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성우를 하던 그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이왕 놀 거면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 싶었다. 충무로는 배우의 피를 부르는가? 자신도 모르게 옮긴 곳이 충무로.
때마침 김기영 감독의 <십대의 반항> 배우에 응모했는데 김 감독은 쌍꺼풀 있는 배우만 출연시키는 것이 자기영화의 공통점이라며 딱지를 놓았다.
청년 송재호가 가진 건 배짱뿐이었다. 그 길로 눈을 째기도 했다. 이후 <영자의 전성시대> <꼬방동네 사람들> <살인의 추억> <그때 그사람들> <사랑이 꽃피는 나무> <내 남자의 여자> 등 영화와 TV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위로의 힘 <아버님 전상서>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말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사실 송 장로에게는 가족관계에 큰 아픔이 있다. 2000년 사랑하는 막내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낸 후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젊은 배우가 중심이 되는 여타 드라마에서 아버지 역이란 대사 한 두마디가 고작. 대사도 대충 생각나는 대로 읊기도 했다.

{아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나는 살겠다고 입에 숟가락을 넣고 있었지요. 바로 이것이 인간의 한계지요. 그러나 우리 주님은 아니지요.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잖아요.}
이같은 아픔을 겪은 뒤 송재호 장로를 변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드라마 <아버님 전상서>다. 이 드라마를 통해 하나님은 아들의 죽음이 가족을 구원하는 [축복의 통로]임을 알게 하셨다.
그동안 아들의 한을 풀기 위해 품고 다녔던 [편지]도 없앴다. 송 장로의 가족은 회개하고 주님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큰아들이 뒤늦게 루터신학대에 입학해 현재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청춘을 살고 있다. 아직까지 못다 이룬 꿈이 있다는 것이다. 메가폰을 잡아보고 싶단다. 라이따이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계획은 40년째 [한]이 되고 있다.
연기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안소니 퀸이 출연한 영화 <노인과 바다>를 꼭 연기해 보고 싶단다. 지금도 매주 이 영화를 보면서 그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복음에 대한 열정이다. 그분을 향한 꿈은 늘 새롭다.
{젊게 사는 비결이요? 별거 있나요. 그냥 바쁘게 사는 겁니다. 스케줄 빡빡하기로 소문난 우리 왕PD가 언제까지 절 사용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주님을 전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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