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처음 뜨는 국토의 동쪽 경계선 ... 독도에선 민족의 정기를

마침내 말갛게 씻긴 고운 해가 미명을 걷어내며 저동항 촛대바위에 걸쳤다. 수줍은 듯 주홍빛 볼을 어루만지며 저동을 지나 도동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울릉도 전역으로 고루고루 퍼져 나갔다. 여기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저동항.

먼발치서 호박만한 집어등 수십여 개를 올망졸망 거느린 채 오징어 배가 귀선(歸船)을 하며 제 몸을 포구에 부리고 있었다. 또한 갑판장 한 켠에서는 수십 명이 모인 가운데 새벽 경매가 시작되고 있었다. 울릉도의 새벽은 이렇게 열렸다.

아침을 부리나케 먹고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서 괭이갈매기와 함께 도동항에서 유람선에 몸을 맡겼다. 울릉도는 보통 육로관광과 해상관광으로 나눠 여행을 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코발트색 바다 위에서 군무를 지어 줄기차게 따라오는 갈매기가 해상관광의 길잡이를 자처하며 유람선을 호위했다. 배는 사동항과 가두미 등대를 거쳐 통구미 해변까지 거침없이 물살을 갈랐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자의 설명이 뱃소리와 유람객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파묻혔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깊었다.

 
선상에서 유치환의 시 <울릉도>를 읊조렸다.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니,

 

울릉도의 3대 비경으로 손꼽히는 공암, 삼선암, 관음굴을 비롯한 해안절경이 연이어 나타났다. 새로운 비경이 드러날 때 마다 객실에 있던 유람객들이 모두 선상에 나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론 연신 쏟아지는 감탄사는 말 할 것도 없었다. 특히 먼 곳에서는 두 개로 보이다가 가까워지면 세 개로 보이는 삼선암과 천북리 앞바다의 코끼리바위는 잊을 수 없는 해상관광으로 기억에 남는다. 주상절리 현상에 의해 비탈진 계곡의 코끼리 바위가 바다에 코를 처박고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관광버스를 타고 도동을 출발하여 사자바위 곰바위 나리분지 현포령 등을 돌아봤던 것도 기억에 새롭다. 그 중에서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우리나라 최대의 분화구 마을인 나리분지는 무려 60만평으로 또다른 세상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울릉도 사람들이 살았던 투막집과 너와집 두 채가 가지런히 보존되어 옛날 사람들의 숨결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마저 흐뭇했다.

{아빠, 울릉도에 가면 투막집은 꼭 보고 오세요. 제가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에 나오거든요.}

아침 7시, 삼봉호에 다시 몸을 의지하고 왜인들이 자기네 땅이라고 마구 우기는 독도로 향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더불어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보라를 맞으며 객실이 아닌 배 고물에서 두 시간 반을 버텼다. 얼굴과 등이 매우 따가웠다. 세계 분쟁지역으로 선포하려는 [나쁜녀석] 들에게 그렇게라도 시위하고픈 생떼가 내 맘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어나 보다. 누군가 [독도다] 외쳤다. 일제히 시선이 쏠리며 안개너머 희미하게 <외로운 섬>이 서서히 자태를 드러냈다. 독도는 비록 외로울지 몰라도 우리 국토의 막내답게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유람선이 도착하자 경비병들이 도열하여 아주 친절하게 관광객을 맞았다. 아니, 독도 순례단을 환영했다. 순례단원들은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흔적]을 남기기 위해 결사항쟁 하듯이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아쉽게도 섬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선착장 주변에 머물며 독도를 감상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모두 독도의 땅을 밟았다는 사실 하나로 위안을 삼는듯 했다.

독도에 가려면 예전에는 정부에 신청을 하고 독도경비수비대의 도움을 받아 경비정으로 다녀왔는데 몇 해 전부터 유람선이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어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람선 운항으로 속된 말로 민족정기도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 같았다.

2박 3일 동안 울릉도와 독도를 여행하면서 하루에 보통 6시간씩 선상에서 보냈다. 원없이 배를 탔다는 얘기다. 그것도 일기가 좋아서 정상적인 승선이 가능했던 것이다. 선플라워호를 타고 포항에 내렸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동행했던 한 분이 내일은 배가 뜨지 못할 것 같다며 우린 참 다행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울릉도는 이렇게 바람과 비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떠나야 한다.

<미니 정보>

포항여객선터미널 (054) 242-5111

묵호여객선터미널 (033) 531-5891

울릉여객선터미널 (054) 791-0801

*포항 묵호에서 매일 1회 운행, 성수기는 2회, 차량탑재 가능 

<숙박시설>

울릉대아리조트 (054) 791-8800

울릉마리나관광호텔 (054) 791-0020

울릉비취호텔 (054) 791-2335

그린장여관 (054) 791-3204

황제모텔 (054) 791-8900

<울릉도 먹거리>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더덕무침 등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