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투게임 폭력성 다시 도마위에…총기사건 범인에 “감동 먹었습니다”

▲ 게임의 폭력성은 인격형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즐거운 현실사회, 건강한 생명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32킬 1데쓰. 이게 대체 무슨 단위일까. 버지니아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마다 퍼져나갔던 유행어다.

이것은 소위 밀리터리 게임 혹은 슈팅게임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상의 전투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이다. 킬은 살해한 사람의 숫자를, 데쓰는 본인의 사망을 지칭한다. 여기에 부상자를 뜻하는 ‘양념’이라는 말까지 섞어 ‘32킬 29양념 1데쓰’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를 두고 “33킬 1데스 절대 쉽지 않죠!……엄청난 집중력으로 모두 쏴 죽인 것일까요. 33킬 1데스에 감동 먹었습니다”라는 식의 철없는 댓글을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 못지않게 그 사건에 대한 반응이나 해석이 더 엽기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세계를 경악으로 몰고 간 참사 속에서 잔인한 킬러의 살해 실력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더욱이 그런 현상이 하나의 유행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그들에게 무고하게 죽거나 다친 61명의 인명은 ‘32킬 29양념’이라는 ‘실적’일 뿐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온라인게임이 지닌 폭력성, 중독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물론 총기사건이나 이를 둘러싼 악성 댓글들의 책임이 온통 인터넷 게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게임문화가 인명경시 사상이나 폭력적인 태도를 부추기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전쟁놀이를 하는 대신, 집이나 PC방에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카운터 스트라이커’나 ‘서든 어택’ ‘스페셜 포스’ 같은 게임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 적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두른다. 화면에는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과 피가 튀는 모습이 선연하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폭력장면 또한 살벌하기 그지없지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대하는 이들 영상매체와 달리 컴퓨터 게임은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상황에 뛰어들고 액션을 펼치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자칫하면 게임의 폭력성이 개인에게 내면화 혹은 인격화하는 현상으로 번질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명 ‘GTA’라 불리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라는 게임은 더 충격적이다. 다른 게임들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펼치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 형식인데 비해, 여기서는 경찰관이나 길거리의 행인까지 무작위로 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반사회적이라는 지탄을 받는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고 이들 게임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추방해버리자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인터넷 게임은 수많은 소비자들을 거느린 하나의 거대한 문화이자 산업으로 우리 시대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오죽 인기가 높으면 전문적으로 게임실력을 키워 대결을 펼치고 돈을 버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등장했고,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는 이들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모습을 24시간 중계하는 채널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는 건전한 게임 컨텐츠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것, 소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현상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힘쓰는 것이 어른들이, 이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대안은 가상세계보다 더 아름답고 즐거운 현실사회, 건강한 생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하나님 나라이며, 건설 책임자는 바로 우리들,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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