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안녕>처럼 사랑으로 삶의 고통 치유하는 작품 계속하고파

"괜찮아, 괜찮아! 행복해질거에요"

대학로는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하늘을 빼곡 메운 먹구름은 햇살 한 조각 내려올 틈을 주지 않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은 피부에 스칠 때마다 눅눅한 기운을 남겼다. 알과핵 소극장에 들어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김지영 씨를 발견한 순간, 날씨 때문에 축 처져 있던 기분은 금방 스러졌다. 표정도 복장도 유난히 밝고 화사하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번 <달콤한 안녕>을 관람한 직후 만났던 편안한 트레이닝 복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녀가 쉬어버린 목소리로 답례한다. 첫 제작하는 뮤지컬 작품에 신경을 쓰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이번에 새 영화작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하루 종일 핸드볼 연습에 매진하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는단다.

{워낙 건강 체질이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어휴, 이번에는 정말 안되겠어요. 매일 침 맞고 뜸뜨면서도 몸살을 달고 살아요.}


배우에서 제작자로

<달콤한 안녕>은 이별을 다룬 뮤지컬이다. 김지영은 이 작품을 통해 이별이 곧 사랑을 잃는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을 추억하고 아픔을 통해 내면적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곧 이별이라는 것. 이별을 다뤘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한 번쯤은 이별을 경험한 관객들에게 아픈 기억을 한번 되살려놓고 [괜찮아…]라고 따뜻하게 다독거려주는 느낌이 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작품인데, 저도 볼 때마다 울어요. 영화배우 문소리 씨가 이 작품을 보고 [못된 공연]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들어 놓았다고요.}

제작자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소감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다들 [제작자로 변신], 혹은 [연기자의 외도]라는 표현을 쓰시던데 제 생각은 달라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연기자 김지영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연기만 할 때와는 달랐다. 직접 작품을 기획, 제작해야 하는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배우들에게 좀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점이 김지영은 가장 마음에 아프단다. 안전하고 좋은 무대에서 편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배우들이 위험한 무대 2층에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노래할 때마다 그녀는 계속 기도한다. 연기하다가 몸 상하지 않게, 다치지 않도록.

{연습실을 자주 옮겨다녔어요. 한번은 곰팡이 잔뜩 슬어 있는 연습실에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문밖에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나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커다란 눈이 촉촉해지는가 싶더니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괸다. 잠시 말을 멈췄다.


아픔을 위로하는 작품

김지영이 출석하고 있는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와 성도들이 공연장 전체를 꽉 메워준 적도 있다. {목사님의 격려와 위로가 큰 힘이 됐어요. 문화의 힘을 적극 이용해서 진리를 전하라고 격려해주셨거든요.}
배우 김지영은 밋밋한 멜로 주인공 역할이 아닌, 독특한 특성, 혹은 큰 아픔을 가진 배역을 좋아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 역할만의 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의 역할은 김지영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했다.

그녀는 이 <달콤한 안녕>처럼 아픔,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삶의 질곡들을 과장 없이 담담히 그려내어주는 작품, 그러면서 그것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작품, 영적인 느낌을 잃지 않는 작품. 벌써부터 살짝 기대되기 시작한다. 그녀가 제작하는 다음 작품들이.

{기도제목이요? 음…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거창한가요?}
금세 다시 쾌활해진 그녀가 명랑한 생글생글 웃는다. 그녀의 미소에 덩달아 명랑해진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굵은 빗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배우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잔뜩 머금던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떠올라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쏴아, 하고 시원한 소낙비가 내린다. 대기를 감싸고 있던 눅눅한 기운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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