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정에서 만나는 사해 근처 사막지대
가혹한 환경서 신 찾는 숨결 느껴 ... '의미 찾는 여정'에 적합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싣자 황량한 이스라엘의 광야가 생각났다. 뜨거운 모래 바람이 풀 한 포기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사막이 눈에 밟힌 것이다. 순례가 고행을 자처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사해를 중심으로 한 건조한 사막지역은 적합한 장소였다.
무엇보다 성지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성경의 문자는 살아 움직였다. 갈릴리 호수가 바다로 불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면 예수의 공생애는 훨씬 설득력 있다. 비좁고 복잡한 예루살렘 성안의 길을 따라 골고다 언덕까지 이르면 십자가를 진 예수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하필 광야라니?
'죽은 바다' 사해가 지척인 이 사막지역은 머리 하나 가릴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손에 든 생수를 미지근한 온수로 만들 정도였다. 간혹 발견되는 사막의 생명체는 매일 생사를 넘나드는 고행을 겪는 듯 했다.
그런데 이 가혹한 환경에서 강건한 믿음이 싹텄다. 그리고 그 흔적을 발견한 후손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가령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을 보자.
당시 광야를 찾는 것은 영적 쇄신의 방법이었다. 순수하고 고독한 사막의 삶을 자처하는 것은 자기 수련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이 사막에서 그들은 정결한 정신을 위해 매일 목욕하고 성경을 썼다. 성경을 옮겨 쓰다 '하나님'이란 글자가 나올 때마다 목욕재개하고 썼다고 할 정도로 규율을 지켰다.
이스라엘을 찾는 순례객은 이 나라의 유물 유적을 둘러싼 수많은 해석을 접하게 된다. 특별히 개신교인들에게는 복잡한 종교현황과 정치정세가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황량한 사막, 그 광야를 생각하면 된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사막의 고단한 삶을 자처했던 선각자들, 광야에서 하늘의 복음을 전했던 예수. 때때로 다가오는 영혼의 슬럼프에 이스라엘을 찾는 것은 그 자체로 호소력 있는 웅대한 설교를 듣는 것과 같다.
취재지원=이스라엘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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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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