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의 의미있는 사역...배움의 기회 놓친 이웃 위해 학교 운영

(사진:가로)

"오늘 본문은 빌립보서 4장 6절입니다. 찾으셨습니까?"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소개하면 어르신들은 반응(!)이 늦기 마련이다. 연로한 탓에 몸이 기민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배움의 부족이라는 아픔을 가진 때문이기도 하다.

홍은돌산교회(서서울노회)의 우세현 목사는 교인들의 이런 아픔에 유의했다. 처음엔 눈이 어두워 성경과 찬송가를 쉽게 못 찾는 줄로 알았지만 정작 아픔은 못 배웠다는 가슴 속 깊이 간직한 한이었다. 교회 설립한 지 1년 반도 채 안된 교회인지라, 참 많은 일을 돌보고 감당해야 하지만, 우 목사는 교인들의 답답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었다.

"글에 어두운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 분들에게는 그것이 평생의 한입니다. 그 한을 풀어드리고 싶어 '꿈의 학교'를 추진해 왔습니다."

우 목사가 추진해 온 꿈의 학교는 지역에서 유일한 기초 교육 과정이다. 나라도, 지역구도, 대형교회도 돌아보지 않은 틈새사역. 좋은 모델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관악구청을 찾아 6년 됐다는 배움의 학교를 탐방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6·70대 노인들일 줄 알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4·50대가 60%를 웃돌고 있었던 것. 우 목사는 충격을 받았다. 세계 문맹률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무학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이 저렇게 많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이전 교회 시절, 50대 중반의 한 성도께서 남모르게 중학교에 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그분에게는 그것이 평생의 꿈이었던 겁니다. 학력이 아니라, 답답한 것에서 벗어나고픈 몸부림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 목사는 교인들에게 꿈의 학교 사역을 공포했고 교인들은 모두 찬성으로 화답했다. 비록 작은 개척교회지만, 교장과 교사 등 조직화된 교육 과정으로 교인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섬길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언어소통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외국인 새댁들까지도 염두하고 있다. 꿈의 학교는 한글은 물론, 산수, 기초 영어, 컴퓨터까지 답답해도 말도 꺼내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길을 터 줄 전망이다. 4월 4일 개강되는 꿈의 학교는 매주 1회 2시간 정도, 즐겁고 재미있게 진행하며 교재를 가급적 성경을 본문으로 제작해 복음도 함께 가르칠 계획이다.

"어린 시절, 할머님께 한글을 가르쳐 드리면서 찬송가 찾는 법을 알려 드린 적이 있어요. 그 때의 경험이 새롭네요. 이때를 위함이었나 봐요."

개척 목회의 새로운 '덤'이 된 꿈의 학교 개강. 그러나 우 목사는 벌써부터 즐겁기만 하다. 평생 배움에 굶주려 왔던 사람들의 한 맺힌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희돈 기자 lefty@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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