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과나눔의교회 새 보금자리 마련

"초가삼간도 나는 만족하네."

허름한 흙벽돌집. 창문도 없고 난방도 안되지만, 누울 수 있는 자리만으로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입에서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천국을 소망하며 기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찬양이 흘러나온다.

영등포역 노숙인들과 섬김과나눔의교회(박희돈 목사)는 3월 24일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생활과 사랑의 버팀목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오륜-버팀목'이라는 명패도 달았다. 지난 2월 오륜교회 한 성도로부터 후원받아 마련한 안식처라는 뜻에서 '오륜'이라는 뜻을 담았다.

이날 박희돈 목사는 영등포 노숙들과 5년간 기도한 제목이 응답받은 날이라며 기뻐했다. 오륜-버팀목은 앞으로 예배처소와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주일과 수요예배, 금요일 성경공부가 진행되며, 심야에는 노숙인들의 잠자리로 제공할 예정이다. 박 목사는 "노숙인들 중에 장애인이나 여성들의 형편이 더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오륜-버팀목이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박희돈 목사가 특히 장애 노숙인과 여성 노숙인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5년 전 '사건' 때문이다. 2002년 지방 대학에 강의하고 돌아오던 박희돈 목사는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종적이 드믄 새벽 시간,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휴지통을 뒤져 먹다 버린 사발면의 국물을 마시는걸 목격했다. 노숙이었다.

이날 받은 충격은 사회복지 박사 학위와 원자력병원 원목이라는 지위를 버리게 했다. 쓰레기를 뒤지던 여성 뒤에서 무력하기만 한 자신을 발견한 그는 밤이면 김밥장수처럼 100여명분의 김밥을 싸들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노숙인들과의 동거가 5년이 흘렀다. 식사도 백반으로 바뀌고 그를 따르는 노숙인들도 5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노숙인을 얻음과 동시에 가족과 친지들을 잃었다. 사실, 가족과의 이별은 배신에 가깝다. 넓은 아파트에서 안락하게 살아온 가족에게는 박희돈 목사가 '미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고통으로 그는 귀가 멀어 3등급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박희돈 목사에겐 청각장애도 감사의 조건이다. 장애를 가진 노숙인들의 심정을 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목사는 영등포 노숙인들 사이에서 '큰 머슴'으로 불린다.

"사랑이 흐르는 곳에 사랑이 모인다"라고 했듯이 그를 버렸던 가족이 돌아 왔다. 노숙인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지켜본 딸이 돕겠다고 나섰다. 인근에 살던 여동생도 6개월 전부터 그를 돕기 시작했다.

박희돈 목사는 현재 밥사랑열린공동체를 이끌고 일주일에 네 번씩 영등포역 앞에서 밥정(情)을 나눈다.

단순히 밥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뒹굴면서 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노숙인들은 목구멍이 굶주린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프기 때문이다.

새 안식처를 마련한 박희돈 목사의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노숙인들이 주축이 된 자율순찰대 조직과 외국인근로자 무료급식, 노숙인 전용카페, 노숙인 찬송가 경연대회 등 손이 열 개라도 모라란다. 그 안에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우리네의 잔정을 담아 있기에 박 목사의 입가엔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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