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다. 별난 사람들 말이다. 지난 12월 7일(미 현지시간) 77세를 일기로 타계한, 한국학 개척과 발전에 헌신해온 미국 내 한국학 연구의 대가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 교수와 젊어서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에 미쳐 살다가 급기야 사재를 털어 그의 기념관 ‘팔로 댓 드림’을 연 인쇄·휘장업자 이종진 씨가 그런 축에 끼는 사람들이다.
와그너 교수는 하버드대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1972년 〈사화:조선 초기 정쟁〉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한국인을 부인으로 둔 고인은 37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한국학의 발전과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나는 그의 강의를 통해 한국인과 서양인의 족보기술이 탑다운 식과 바텀업 식으로 다른 것을 알았다. 그렇게 보니 마태복음은 우리식이고 누가복음은 서양식이었다. 그는 이처럼 당시 그의 동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한국학을 붙들고 평생을 매달렸다. 방대한 ‘문과방목’(文科榜目) 연구도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특이한 사람이었다.
20대 초반이던 70년 이후 지금까지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종진 씨는 3년의 준비작업 끝에 지난해 여름 그의 기념관을 세웠다. 엘비스의 LP 전부(72장)와 20여종의 최신 DVD, 크고 작은 밀랍인형을 비롯한 기념품 등 수많은 전시품들을 모았다. 심지어 엘비스가 좋아하던 60, 70년대의 미국 자동차들도 수집, 수리해 기념관 앞에 전시해 놓았다.
1974년인가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한강을 찾았다가 세상을 등지면 새로 나올 엘비스의 노래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발길을 돌이켰다고 한다. 별난 사람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주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 씨를 능가하나, 성경진리에 대한 나의 추구는 와그너 씨에게 뒤지지 않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도 믿음 안에서 그런 별종 이고 싶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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