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고통이니 달레 받아들였죠"

수술을 한 지 20여일, 김병보 사장(48.집사.사랑의교회.성실아이종합건설)은 많이 힘들어 보였다. 2층 높이 밖에 되지 않는 계단이었지만,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앞으로도 3개월 정도는 그래야 하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1년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 정도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면 후회스런 마음이 들 수도 있을텐데, 그는 오히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영준이가 괜찮아지면 우리 회사에 취직을 시켜 데리고 있을 생각입니다. 피곤하고 힘든 일은 못할 테니 가능하면 제가 데리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신장을 준 사람으로서 끝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런 대답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그의 몸이 하루 빨리 정상으로 돌아와서 생활에 별 불편이 없기 만을 기도하는 수 밖에…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정
지난달 11일, 김 사장은 자신의 한쪽 신장을 떼어냈다. 5시간에 걸친 대 수술이었다.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회사 직원 손기배(57)씨의 아들 영준(27)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피붙이도 아니고, 수술로 인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인데 그 과정이 결코 쉬울 수가 없었다.
“수술 날짜가 가까워 오자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내가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나?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말할까? 친척들도 하지 않는 일을 왜 내가 해야만 하나?”
영준씨에게 신장이식을 하기로 한 결정은 의외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매주 월요일 성실아이종합건설에서는 직원 전체 예배를 드렸다. 예배 때 손기배씨는 기도제목으로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아들 영준이 빨리 낫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적어 내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함께 영준씨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후 얼마 뒤 경기도에 있는 한 교회 건축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던 차 안에서 김 사장은 손씨로부터 아들의 병세가 많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장을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는데 가족들조차 검사결과 조직이 일치하지 않았다. 친척 한 사람이 이식을 약속했지만 수술날짜가 잡히자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사정이 너무도 딱했다. 그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자신이 한번 조직검사를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혈액형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사랑
7월 한달간 김 사장은 까다로운 검사과정을 밟았다. 검사결과는 DNA조직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너무도 의외의 결과였다. 가족도 아닌 생면부지의 사람인데 조직이 완벽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의사들까지 놀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왈칵 두려움이 몰려왔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새벽기도시간, 그는 하나님께 매달렸다. 피할 수만 있다면 그로서는 ‘이 잔’을 피해가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응답은 달랐다.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골로새서 3장 1절부터 3절까지의 말씀을 주셨던 것이다. 땅의 것을 구하지 말고 하늘의 것을 구하라는 그 말씀이 마음에 와 박혔다. 사업에 실패해 고생하던 과거의 모습들이며, 여러 번 죽음의 고비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구해주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무려 2시간여를 쉬지 않고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속에 자신의 모든 삶이 담겨 있었다. 지난 48년간 울었던 것보다 더 많은 울음을 그는 그 2시간 동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비로소 피부로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신장을 하나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두려움을 느끼는데,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바쳤던 것입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단호한 걸음으로 병원을 향했다. 하지만 ‘마지막 시험’이 남아 있었다. 수술 하루전 마지막 조직검사에서 갑자기 조직의 수치가 높아졌다. 그 상태라면 수술은 힘들었다. 병원에서는 일이 잘못될 경우, 모든 책임을 당사자가 지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밀고 나갔다. 아무런 위험도 없는 쉬운 일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되겠는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동정심일 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이번 수술을 통해 저는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런 희생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동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의 믿음
김 사장은 며칠 전 자신이 신장을 준 영준씨를 병원에서 만났다. 죽은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부서져 나가고, 얼굴과 발바닥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던 청년은 수술 후 머리카락과 얼굴에 윤기가 다시 돌고, 발바닥에는 불그레한 핏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영준씨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벅찬 감동에 숨을 몰아 쉬었다. 청년은 무려 3년만에 처음으로 소변을 보았다며 울먹였다. 그런 청년을 바라보며 김 사장 역시 가슴이 먹먹해왔다. 예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가슴으로 느끼는 기회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영준을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신장을 이식받기는 했지만 영준씨의 미래 역시 정상적인, 건강한 사람과는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쉬 피로하고 힘든 일은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다. 그래서 영준씨를 자신의 회사에 취직시켜 돌보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래야만 감상적인 동정이 아니라 “진정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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