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죽은 선교지 위해 후원사역하는 양선주·김종준 집사

아이는 양 손에 자갈을 꼭 쥔 채 나무 밑에 쓰러져 있었다.

2001년 여름 아침의 일이었다. 태국 빠마이, 아이가 그곳에 도착한 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상렬이는 그렇게 하늘로 올라갔다. 부모와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긴 여행에 혼자 올랐다. 지상에서의 삶 20년, 그 짧은 삶을 상렬이는 그렇게 불현듯 마감해 버렸다.

양선주(49)·김종준(52·사랑의교회) 집사. 부부는 아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었다. 살고 죽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들의 미소와 기억만은 도저히 흙속에 묻을 수 없어 마음 가장 깊고 조용한 곳에 간직했다. 상렬이가 간지 4년, 아이의 체취는 흐려져가지만 기억만은 너무도 생생해서 느닷없는 눈물로 솟구쳐 오르곤 한다. 그 기억을 주체할 수 없었던 양 집사는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상렬이의 심장병

상렬이는 태어나면서 심장병을 앓았다. 대동맥과 폐동맥이 바뀌어 산소를 공급할 수 없는 선천성 심장병이었다. 생후 7개월이 되었어도 5kg밖에 되지 않는 아이는 수술을 견뎌낼 지 미지수였다. 수술을 받고 살아날 확률 20%, 수술 후 깨어날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았다. 의사는 과학적인 수치를 이야기했지만, 부모는 과학적인 확률보다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었다. 긴 기도와 함께 시작된 수술, 아이는 무사히 깨어났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렇게 ‘얻은’ 아들이었기에 어머니 양 집사는 상렬이에게 늘 선교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었기에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아들이 살아주길 내심 원했던 것이다. 아이도 그런 어머니의 소망을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들어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다시 귀국해 중·고등학교를 마친 상렬이는 2001년 여름, 국제사랑의봉사단원이 되어 태국 빠마이로 단기선교를 떠난다. 어머니의 꿈이자 자신의 미래이기도 한, 소명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빠마이에는 정도연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었다. 세계 마약의 핵심지 ‘골든 트라이앵글’지역에 속하는 빠마이에서 정 선교사는 고산족 아이들을 위해 교육사역을 펼치고 있었다. 상렬이는 그곳에서 길을 닦는 봉사를 했다. 비만 오면 진창이 되는 길에 자갈을 가져다 길을 다졌다. 단기선교 닷새째 아침, 함께 단기선교에 나섰던 아이들은 지난밤 늦게까지 가진 친교로 혼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예배에 참석한 아이는 상렬이 뿐이었다. 정 선교사와 함께 예배를 드린 상렬이는 오랜시간 기도를 했다. 아이가 기도하는 모습이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고 빛이나 한동안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이 당시를 회상하는 정 선교사의 기억이다.

상렬이는 그렇게 새벽예배를 마치고 혼자 길을 닦는 봉사에 나섰다.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강에서 자갈을 주워다 길을 만들던 상렬이는 다른 아이들이 나왔을 때 두 손에 자갈을 꼭 쥔 채 나무 밑에 쓰러져 있었다. 급히 인공호흡을 하고 병원에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두었다.

▲선교의 열매

혼자 길을 만들던 상렬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던 정 선교사는 현지에 상렬이를 위한 기념관을 만들었다. 그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현지에 의료선교를 다녀왔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었다. ‘내사랑 빠마이’(http://cafe.godpia. com/thailand)에서는 상렬이 이야기와 함께 선교 현지 소식들이 공유되었다.

“상렬이가 선교의 열매가 되었습니다.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지고, 빠마이 선교후원회도 조직되었습니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을 통해 매년 많은 아이들이 빠마이로 단기선교에 나서고 있고, 지난해에는 경희대 의료팀 30여명이 현지에 들어가 의료사역를 했습니다. 경희대 의료팀은 앞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의료선교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머니 양 집사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믿는다. 처음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속에서 ‘왜 제 아들입니까, 하나님의 실수가 아니실까’하던 서운함은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 하나님이 주시는 것은 돌이 아니라 떡’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들이 죽은 자리에서 다시 선교의 의미를 배운 양 집사 부부는 이제 ‘실버선교’를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선교비를 보내는 것이 선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들의 죽음을 통해 배웠습니다. 어느 정도 주변이 정리가 되고 적당한 때가 되면 남편과 함께 선교사역에 나설 계획입니다.”

아들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와 계획을 발견한 양 집사 부부, 이들은 그 아들이 손에 꼭 쥐고 있던 자갈의 의미를 새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아들 상렬의 죽음은 양선주·김종준(사진 가운데) 집사 부부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선교의 의미를 재발견 하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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