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5월은 온통 북한, 대북지원 이야기뿐이었습니다. 96년 11월 북한잠수함이 동해에 침투한 사건으로 중단되었던 북한동포돕기운동이 따뜻한 봄을 맞아 봇물 터지듯 재개된 것입니다. 5월 3일부터 10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오정현 목사(당시 미국 남가주 사랑의교회)는 심한 굶주림으로 어린이들의 체형이 변형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렸습니다. 오 목사는 그러나 굶주린 동포에게 전달되어야 할 구호물품 일부가 관리부실로 폐기되기도 했다면서 전달만 하지 말고 북측과 긴밀한 접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목사장로기도회 둘째날에는 북한동포를 위한 헌금을 실시해 1025만원을 모았습니다. 한기총은 12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2차 지원금 2억원을 전달했고, 고신 성공회 등 교단들도 모금 캠페인을 적극 벌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기독신문>이 가만 있을리 없었죠. 기독신문사 이사회는 6일 임원회를 열고 북한지역 국수공장 설립을 위한 지원금 2000만원을 전달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교계가 온통 대북지원에 나선 마당에 통일교는 ‘기독교’ 간판을 내리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로 바꾸는 일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문선명씨가 ‘참부모의 날’이란 기념행사에서 “이제 교회 시대는 끝났고 가정연합의 시대가 됐다”고 선언하면서 간판 바꿔달기를 암시했다고 합니다. 기독교를 표방한 포교활동이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물의를 일으켜 압박이 심하자 변신을 택한 것입니다. 가정이란 순수한 이름을 교묘히 섞은 문집단의 변신술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사정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곤혹을 치러야했습니다.
그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숭실대학교가 기도실을 열고 기독인은 특별전형하는 등 정체성 찾기에 나섰다는 뉴스도 눈길을 끕니다. 또한 40년 임상실험을 거친 코이노니아 중심 교재인 <세렌디피티> 성경공부교재가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아 참, 전국목사장로기도회가 열렸던 5월 6일부터 8일까지 충현교회 전시실에서는 ‘한국장로교회와 박형룡’이란 주제로 박형룡 박사 출생 100주년 기념 사료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역사의 교훈을 되찾는 의미있는 행사는 분주하기만 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합니다. 그런게 ‘역사의 낭만’ 아닐까요?
(한국교회가 보내온 구호물품인 밀가루를 북한측 관계자들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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