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마지막날, 제주체전 축구 준결승이 열리는 제주농고 운동장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슴에 십자가가 새겨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할렐루야팀이 잔디 없는 황토 운동장을 뛰었다. 1대2, 동메달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이 자비량해서 출전한 경기였고, 해체소식에 연습도 제대로 못했지만 이날 경기는 아쉬운 한판이었다. 빗물에 축쳐진 얼굴에 얼핏 스쳐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날 저녁 숙소에서 그들은 늘 하듯 예배를 드렸다.


조병득 감독과 주장 최동욱 선수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은 느낌은 축구선교단의 의지였다. 그 의지가 현실에 부닥친 데 따른 아픔, 다시 그것을 이기려는 의지였다. 선교방송이 있고 선교예술단이 있듯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지금,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축구에 있어 선교축구단의 필요성은 말할 나위 없을텐데. 그러나 IMF는 있던 팀조차 해체하게 만든다. 이랜드팀이 해체됐고, 할렐루야팀이 해체됐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들의 안타까움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그들 역시 훌륭한 평신도선교사들인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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