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충현·목포영락·광주대성·괴정중앙교회’이웃 속으로”


기나긴 겨우살이에 꽉 채워놓은 김장독만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도 흔치 않다. 삶이 곤고한 이들은 그래서 이웃들이 보내주는 김장 한 포기에 입맛 뿐 아니라 살맛까지 난다.
김장철이 한창인 요즘, 지역교회들이 사랑의 김장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내 살림 챙기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이 맘 때면 은근히 김치통 배달을 기다리고 있을 이웃들 생각에 올해도 많은 교회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목포 충현교회(양근실 목사)는 올해도 김치 풍년이다.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김장구제 사업에 또다시 전 교인이 매달렸다. 덕택에 목포 시내 400 가구나 되는 이웃과 인근 장애인시설들이 푸짐한 김장 선물을 받았다.
김장구제 사업은 하루 50∼60명씩 동원되는 엄청난 작업량을 필요로 한다. 꼬박 일주일이 걸려 4000여 포기 김치를 담그다보니 10개 여전도회 회원들은 누구라도 허리며 무릎이며 쑤시지 않는 곳이 없고, 손발마저 꽁꽁 언 지 오래다. 그래도 모두들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지난해 ‘김치 값이 금 값’이라 할 정도로 물가가 뛰어올랐을 때, 굴하지 않고 봉사한 덕분에 여기저기서 감사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동사무소에서 과일상자를 들고 와 감사인사를 전하고, 교회 인근 목욕탕에서 지하수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도 봉사자들을 힘나게 한다.
올해에는 아예 일치감치 무안군 현경면에 밭을 빌리고, 교우들이 직접 오가며 김장용 배추를 키워왔다. 목포 영락교회(송귀옥 목사)의 김장봉사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함께 교회당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대신 가정별로 여유 분의 김치를 몇 포기씩 더 담근다. 그렇게 집집마다 정성들여 준비한 김치들을 한 데 모으면 엄청난 분량이 된다.
송귀옥 목사는 “교회 주변에 영세민들이 많이 사십니다. 이분들을 끌어안기 위해 사랑의김장 운동을 시작했지요. 김치 한 포기에 예수 믿는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보여줄 수 있어서 교우들 모두가 기쁨으로 참여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광주대성교회(민남기 목사)도 올해 처음으로 사랑의 김장 행렬에 동참했다. 대성교회는 여전도 회원들이 애써 장만한 김장 김치를 쌀 등 생필품과 함께 인근 백운동사무소를 통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60여 세대에 전달했다.
규모가 커야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익산 서산동교회(고병동 목사)는 장년 교인 30여명의 작은 교회이다. 비록 살림이 풍족하지 않지만 선교사 3가정을 돕고, 독거노인 세대들에게 한 달에 두 차례 밑반찬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펼치며 씩씩하게 목회한다.
서산동교회는 추수감사절 헌금을 뜻있게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배추를 샀다. 처음에는 섬기는 독거노인들과 교우들 몇 가정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어려운 이웃들, 다른 개척교회, 사회복지시설 등에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니 일이 커져버렸다.
결국 600포기의 김치를 담가 40여 곳에 나누어주었다. 몇몇 시설에는 직접 찾아가 김장을 돕기까지 했다. 고병동 목사는 “작은 교회다 보니 어려운 이웃들의 형편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이웃과 함께 하는 목회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매우면서도 달고, 시원하면서도 짜릿한 김치의 매력. 거기에 사랑의 복음까지 싣고 김장행렬은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간다.
괴정중앙교회(문상무 목사)는 12월 7일과 8일 양일간 교회 주변의 독거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정성껏 담근 김치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괴정중앙교회의 사랑의 김치담그기는 올해가 처음. 교회는 새벽기도회에서 드려진 헌금 하루치를 이웃을 섬기는데 사용하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 김치담그기다.
처음으로 갖는 이웃을 위한 김치담그기지만, 더욱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먹는 김치임에도 여기에 쏟아 부은 수고는 실로 엄청나다.
교회는 양질의 김치를 담그기 위해 전라도 해남을 방문하여 배추 1400여포기를 직거래를 통해 구입했다. 또한 배추 속에 들어갈 양념을 위해 거창에서 태양초 고추를 직접 구입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이렇게 정성이 담긴 김치를 생계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한 가정에 5포기씩 담아 전달했다.
이와함께 괴정중앙교회는 구입한 배추 일부를 동사무소에 전달해 지역 봉사단체가 벌이는 김장담그기에 도움을 줘 보람이 더욱 컸다. 이에 앞으로 교회와 동사무소간의 연대가능성을 갖는 계기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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