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가장 길다는 525km의 낙동강 주변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있지만, 경북 예천 의성포 보다 더 멋있고 신비로운 곳은 없을 것이다. 의성포에서 낙동강은 산을 막아 거의 360도를 돌아 내려간다. 이렇게 물길을 크게 돌리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도 강물은 범람하지 않으며 유유히 흘러 모든 사람들의 생명수가 된다.
총신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며 시도한 이번의 구조조정이 역사의 강물을 크게 돌리는 의성포가 될 것인가? 금번 구조조정은 문명사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시대에 적합한 인식과 제도의 틀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지난 총신의 교육은 농촌경제 (1901∼1959)와 산업경제 (1960∼1989)의 구조 속에서 짜여져 왔는데, 이제는 정보화사회, 지식산업사회, 다원주의사회의 구조 속에서 진정한 기독교 신앙과 정통신학을 변증해야 하는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총신은 지난 한 세기 동안에 국내에서 비교적 독점적 위치를 유지해왔지만,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여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여러 후발 신학교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이루어지는 대학교육시장의 개방으로 세계의 유수한 신학교들이 국내에 분교를 세워 그 영향력을 확장시킴으로써 국제적 경쟁체제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국내외적 경쟁체제 속에서 총신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우리의 신학을 아시아와 세계 속에 세워 나가기 위해서 구조조정은 분명한 당위성과 필연성을 띠고 있다.
모든 구조조정에는 수많은 측면과 요소들이 있지만, 금번 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행정적인 통합’에 있다. 그 동안 총신은 행정과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학, 신대원, 선대원으로 분리되어 운영되어 왔다.
이것은 학교가 발전해 가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총신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총신은 하나의 강물로서 함께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세가지 큰 지류로 분화됐다.
각 과정들이 지류화 되고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게 됨으로써, 대학신학과의 교과과정은 거의 신대원화 되었으며, 신학과 출신자들은 신대원 교육에 흥미를 잃게 됐다.
또한 90년대 이후에 생긴 수많은 대학원 과정들도 유사중복 과목이 많아 재정적으로도 낭비 요소를 많이 만들게 됐다. 무엇보다도 대학과 신대원의 분리 운영으로써, 교수들 사이에 우월감과 위화감이 만들어졌으며, 상호교류가 미약해져 정서적 연대감이 상실됐기 때문에, 신학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도 더욱 격렬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지류화된 물길들을 하나의 중심 본류로 다시 모으는 행정적 통합 작업은 다양한 병리현상을 극복하고, 학교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흩어진 물길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금번구조조정의 목표가 단지 ‘행정적인 통합’에 있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행정통합은 정신적 통합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몸 따로, 마음 따로 놀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의식’에 근거한 정신적 통합을 이루어 내면적인 상호불신과 정치적인 게임과 경쟁관계를 타파하고, 피차 협의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며 연합하여 성장하는 유기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핵심 보직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공명정대하고 사심과 편견을 극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너그러움과 단호함의 균형을 이루어 사회적 통합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보직자들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고 더 큰 총신유기체를 이루도록 인내하며 안정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금번 구조조정이 단지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치적 안배에 목표를 두었다면 총신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교육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개혁주의 정통-보수신학의 전당이 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질 때 총신은 새로운 강물의 본류를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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