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종교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때는 종교가 정치를 좌우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치가 종교를 좌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종교와 정치, 혹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천명하고 있다. 즉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는 서로의 고유 영역이 있기에 중세기와 같이 교회가 국가를 지배하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정교분리의 원칙 속에서도 교회의 구성원이 곧 국가의 구성원이기에 서로 공유되는 부분도 있으므로 정치와 종교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곧 교회의 성도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인 동시에 한 국가의 국민이기에 기독교인들이 국가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이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개개인이 자신이 처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역사상 세속정치에 참여했던 것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과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때는 일부 교회가 정치의 시녀 노릇을 하기도 했다. 또 교회의 이름으로 3선 개헌을 지지하거나, 역사적 정통성을 상실한, 바람직하지 않은 정권을 위해 교계 지도자들이 모여 조찬기도회를 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비판하고 또 반성했던가.
그런데 근래에 와서 또 다시 이런 류의 모임이 잦아지고 있음을 보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금년은 우리나라에 많은 선거가 있는 해다. 대선을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보면 선거를 앞두고 으레 후보자들은 득표 운동의 일환으로 각 교회나 사찰, 성당 등을 순례한다. 갑자기 교인 행세를 하면서 교회에 출석하여 헌금도 하고 광고시간에 자신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서슴없이 한다. 자칫 잘못 판단해서 여기에 동조하게 되면 교회가 세속 정치의 선전장이 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선거철이면 특정 후보를 위한 각종 기도회도 여기저기서 열린다. 어떤 특정지역 출신을 위한 해당 지역 목사 장로들의 후보를 위한 조찬기도회가 그러하다.
최근 교계 어른 중 한 분이 어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분명히 불교신자인데 그 후보를 위하여 특정지역 출신의 목사와 장로들이 조찬기도회를 가졌다. 그러나 어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 중심이건 동창 중심이건, 또는 교구나 교경협의회를 통해서건 기도회를 갖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경 원리가 제시하는 대로 나라를 위해 엎드려 기도하며 교인 개개인이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참여할 일이지, 교회 이름으로나 교단 이름으로 할 일은 아니다. 특별히 선거를 앞두고 교계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들은 처신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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