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CBS 제작부장)sniper@cbs.co.kr

CBS 사태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CBS 노조원들은 기독교교회협의회에 들어가 농성을 벌였고 지난주에는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재단 이사회를 몸으로 막았다. 교계 언론들마다 이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지만 ‘크게, 자세히’ 다루는 것과 ‘제대로’ 다루는 것은 다르다.
우선 개념상의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조원들이 장기간 파업 중이던 때는 ‘CBS 사태의 악화’라는 말은 일단 방송이 파행을 겪고 있고, 노사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사간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져 파업이 종결되고 방송이 정상화된 지금에서의 ‘CBS 사태의 악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해 주었으면 한다. 노조원들이 교회협의회 사무실에서 농성하는 것인가, 아니면 CBS 이사회가 노조원들에 의해 저지된 것을 가리키는가, 또는 노조원들이 방송 일을 놓고 다시 밖으로 뛰쳐나오도록 만든 상황을 가리키는 것인가 ? 그것도 아니면 이 세 가지가 다 해당되는가 ? 무엇이 ‘CBS 사태 악화’의 의미인가 ?
두 번째 CBS 사태에 관한 보도가 이제는 더 깊어져야 한다.
노조의 움직임과 요구하는 내용을 설명한 뒤 회사측의 해명이나 반응을 적고 간단한 코멘트 정도 덧붙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보도 태도는 CBS 사태의 발발 초기에나 적합한 것이지 지금의 시점에서는 결코 아니다. CBS 는 우리 사회의 언론기관 중 하나이지만 한국 교회라는 틀 안에서 본다면 지상파 방송, 위성 방송 사업, 케이블 방송 사업, 인터넷 방송이 결합된 국가적 차원의 비유를 든다면 방송과 정보통신, 문화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21세기 다 매체 정보화 시대의 핵심전략 부문이다. 교회언론은 이 문제를 동료 언론사나 중요 연합기관 문제로서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시대적 과제로 보고 사태 해결에 대한 방향과 방안을 정리해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내친 김에 해결 방안을 시나리오 별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첫째 시나리오는 이사회가 어떻게든 종전 방식대로 이사회를 열어 권호경 사장의 3선을 포함해 무기명 투표로 차기 사장을 뽑는 것이다. 노조는 필사적으로 저지할 것이고, 그럴 경우 노조는 실정법 상 업무 방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노조는 이사회 저지의 정당성을 확인하려면 노조와 이사회 전권대표가 체결한 이른 바 6·26 합의의 핵심 사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들어 부당 노동행위나 이사회 결의에 대한 취소 청구, 선임된 사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등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음은 2002년도 판 CBS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게 첫째 시나리오의 결말이 되겠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권호경 사장이 3선을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대표 이사로서 이사회와 노조 사이를 오가면서 정관 개정과 사장청빙위원회 구성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사회의 전권 대표와 노조 대표가 합의했던 사안이니 만큼 권호경 사장과 관계없이 노조 대표와 이사회 대표가 만나 사장청빙 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정관개정과 실무를 협의한 뒤 절차를 밟아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임 사장을 뽑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CBS 사태의 핵심은 권호경 사장의 3선 시도 여부와 사장 청빙위원회 구성이다.
노조의 입장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다른 주체들은 어떤 의견일까 ? 사장 본인은? 방송사의 고위간부와 중간 간부들은? 이사장과 이사들은? 또 이사 파송 교단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 교계의 다른 연합기관장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교계의 원로들은? 전직 사장들은 ? 방송위원회는 ? 국회 문광위 의원들은 ? CBS 선교 후원회원들과 설교 참여 목회자들은? 소장파 목회자들과 신학대학생들도 있고 언론단체들도 있고 일반 시민들도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자, CBS에 대한 모두의 생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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