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시간 호수 서쪽의 하일랜드 파크에서 2년을 살았는데, 언덕에서 바라보는 미시간 호수는 마치 바다처럼 넓고 끝도 보이지 않는 대양과도 같았다. 콜로라도 덴버북쪽에 4000m가 넘는 로키산맥의 서쪽능선에 위치한 넓은 호수들이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중심부근에 위치한 호수는 그 곳에 떠다니는 배와 함께 마치 바다를 보는 느낌이었다.
3년 동안 함께 동역했던 교역자 두 가정이 연말을 맞이하여 한 사람은 시골 교회의 담임 교역자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민속촌 가까운데 교회를 개척하러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교역자들이 부부동반으로 고흥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나로도로 겨울 바다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바다 하면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웅장한 태백산맥 아래 파란 수평선과 긴 백사장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아름답게 조화된 동해바다를 연상한다.
하지만 고흥반도 끝에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연결된 남해 바다는 마치 호수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다. 내나로도에서 외나로도로 넘어가는 연육교가 끝나는 지점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우고 섬들 사이로 오른쪽에 보이는 사양리 나루터 위에 들어선 집들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집들 같았다. 외나로도에 들어서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섬 오른쪽에 바다 위의 크고 작은 조그만 바위섬들은 호수 같은 다도해만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인지 길도 시멘트와 아스팔트와 비포장이 두루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그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넘어서 외나로도의 한 모퉁이 바닷가로 내려갔다. 멀리 바다 끝 지점에는 여수반도 끝자락에 걸려서 널려있는 금오열도 여러 섬들의 바위덩어리들이 마치 사람의 등허리처럼 줄지어 연결되어 있는 모습도 바다와 조화되어 장관이었다. 바닷가에 나가보니 파도로 잘 다듬어진 수많은 돌들이 바닷가에 잘 정돈되어 깔려있는 모습이 백사장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 그 아름다운 바닷가의 공터에서 우리 모두가 한 두 가지씩 준비한 음식으로 차안과 밖에 함께 둘러앉아 먹었던 점심의 맛은 일품이었다. 새로 길을 닦고 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외나로도 끝나는 지점까지 도달해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또 다른 남해바다를 바라보면서 갑갑하게 막혀있는 목회의 답답함을 털어 버리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 동안 함께 바쁘게 뛰어다니며 목회했던 동역자들을 보내는 아쉬움을 아름다운 나로도 겨울바다 여행으로 마무리하면서 그들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나로도의 아름다움과 함께 가슴에 담아 간직하고 싶다.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을 생각하며 그들과 교제했던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고 간구했던 마음이(빌1:3-5) 우리들 사이에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바램이다.
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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