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목사(푸른꿈고등학교 교장)

님비(NIMBY)현상은 지역적인 이기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장애인시설이나 쓰레기소각장 등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자기네 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는 현상이 단적인 예다. 대안학교도 님비현상의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우리 학교도 원래는 교육부로부터 경기도에 설립하도록 지정 받아 그곳 모 지역에서 설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끝에 결국 1년이나 늦게 이 곳 무주땅에 설립했다. 원인은 대안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부족 때문이다. 대안학교는 비행청소년들의 학교인데 그런 학교가 들어오면 비행청소년들의 비행 때문에 지역이 시끄러워진다는 논리를 든다.
어느 날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우리 학교와 같은 대안학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학교 설립인가를 받는 단계에서 주민들의 진정서가 당국에 쇄도해 난관에 부딪쳤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안학교의 대표적인 학교 가운데 하나인 우리 학교를 방문해 보고 반대여부를 결정하라는 제안을 했더니 그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곧 우리 학교를 방문할 터이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나는 차라리 우리 학교를 방문하기보다 이곳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그곳의 설립 대표자가 감사하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 지역을 방문한 뒤로 주민들에 대한 설득이 잘 된 모양이었다.
나는 먼저 하나님께 감사했다. 대안학교라는 전인미답의 신천지 벌판에 서 있는 진둥벌거숭이 같은 우리를 늘 흠 없이 인도해 주신 그분께. 그리고 우리들을 고운 눈으로 보아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했다. 또 그분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생활하고자 노력해 준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오늘은 추수노동의 날이다. 알곡을 추수하는 농민들을 찾아가 땀흘려 일하며 사람 되는 길을 배우러 가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격려했다. 사실 올 봄 농번기 노동주간에 아이들을 받아 주십사 부탁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아이들이 미덥지 않았던지 거절했었다. 다만 이장님만이 교사들의 얼굴을 보아서인지 아이들을 받아 주었다. 그런데 하루 일이 끝난 후 이분 저분이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였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학교는 마을 분들의 사랑의 받게 된 모양이다. 내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기쁜 얼굴로 자부심을 갖고 논밭으로 나갔다.
김경남 목사(푸른꿈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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