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성·두란노서원 출판본부장

97년 말의 IMF는 우리네 삶의 지형을 흔들어 놓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목표와 구조가 180도 바뀌었다. 그에 따라 개인의 인생 목표와 자기 관리도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평생 직장은 없다. 평생 생존을 보장할 기술로 무장된 자신이 있을 뿐이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아 능숙해지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유능한 경력사원들의 잦은 이동이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청년 실업자는 늘고 있다. '구직 포기자'라는 생경한 단어도 통계 수치와 함께 자주 눈에 띈다.
사회 변화는 곧바로 출판에 반영된다. 97년 IMF 이후 경제경영, 자기개발 분야의 책들 다수가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맹위를 떨치던 문학 분야의 책들이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문학 소설류의 책들에 매료되어 있던 20대 여성 독자층 중 다수가 자기개발서로 이동했다.
이러한 변화는 21세기 기독교 출판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 리더십과 자기개발에 대한 출판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그 증표다. 두란노가 지난해 말 ‘비전과 리더십’이라는 출판 브랜드를 출범시켜 일반 시장을 겨냥한 책들을 내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나는 지난 1년여 동안 신개념의 성경 출판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이 성경의 제목도 <리더십 성경>이다.
그렇다면 왜 리더십인가? 나는 <리더십 성경>을 만들면서 큰 은혜를 받았다. 첫째로 말씀의 확신에 깊이 뿌리 내리는 은혜를 받았다. 둘째로 리더십과 자기개발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깊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한마디로 “도시사역에서 승리하려면 생존의 영성과 생존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검증되지 않은 생명력은 불안하다. 온실 안의 화초는 온실 밖에서 살기 어렵다. 교회 안에서의 영성은 세상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교회의 영성 훈련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반드시 '세파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믿음'을 세워주어야 한다.
생존 기술은 생존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믿음이 있으되 기술이 없는 사람은 불안하다. 은사를 발견하고 그것이 공교해지고 능숙해지도록 갈고 닦는 것은 모든 성도의 마땅한 의무다. 착한 마음씨 하나로 게으름을 덮으면서 살려는 태도는 도시사역에서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정체성이 불안한 성도는 도시 속에서 '잠재적인 빛과 소금'에 머문다.
이 세상에는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은혜인 분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사지가 멀쩡한데 정신이 불구인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리더십과 자기개발은 도시사역에서 '하나님 영광의 반사체'로 살아가게 하는 훌륭한 도구다. 가장 강력한 삶의 기술로 가장 겸손하게 섬기는 낙차 큰 감동을 우리는 많은 리더들에게서 보아왔지 않은가.
청년 실업자와 조기 퇴직자들이 늘고 있는 도시 교회 안에서 생존 영성과 생존 기술로 무장시켜 세상 속으로 재침투시키는 작은 반란(?)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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