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대가 새로 열린 지 5년이 지났다. 교회는 이제 새로운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 세기를 주도해 나갈 문화적 경향들이 많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식을 찾는다면 교회는 문화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비기독교적 문화 속에서 우리 한국 교회는 전략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러다 보니 늘 이분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편 아니면 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이런 무력한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세심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세상의 문화전략적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대응 전략을 찾아내는 쪽으로 행동방식을 설정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비록 이윤이란 지극히 물질적 차원에서이긴 해도 자기 성찰과 함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재빠르다. 상품은 이제 기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다. 기능에 외양까지 갖추어야 상품의 가치가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외적 아름다움이 없이 기능성만 강조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 속에 앞서 가는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전략적 대응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감각적 호소력이 그 어느 시기보다 강력해지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더 이상 내용이 외양보다 중요하다는 식의 태도는 용인되지 않는다. 외양이 촉발하는 느낌이란 내용을 규정하는 실체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꿈꾸는 기업들은 외양과 느낌을 놓고 제품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기준이라 생각하고 있다. 기능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외양과 느낌을 겸비한 감각적 제품으로 인정받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눈 뜬 전문가들은 이제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미의 추구를 인간의 본성으로까지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이해를 세기전환기의 핵심임을 인정한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의 스타일을 미학적 명령으로 제시한다. 그녀가 말하는 미학적 명령이란 미에 대한 단일한 기준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즐거움과 자기 표현에 대한 요구들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기독교의 교리적 감정에 대한 기준을 내세우며 판단하는 일에만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세상의 미학적 흐름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문화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기업이 상품을 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디지인해 나가듯이 복음을 미학적 관점에서 ‘특별하게 만들기’로 새롭게 디자인해 나가야 한다.
복음을 특별하게 만들어 세상의 관심을 모으도록 하는 디자인 작업이 단순히 세상을 흉내내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비둘기 같이 순결함을 유지하면서도 뱀 같이 지혜를 발휘하는 사고와 행동하는 법을 터득하고 실천하는 전략적 대응이다. 2005년도가 이 일에 한국 교회의 역량이 최대한 모아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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