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반 가까이 감소…독자 ‘구체적 자기화’ 원해

2004년 출판계는 매출이 30~50% 감소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져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서점들의 부도와 아울러 기존 출판사들의 출간 종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서평 전문지 〈기획회의〉가 발표한 올해의 출판 10대 뉴스를 통해 일반 출판의 흐름을 짚어보면서 동시에 같은 틀로 기독 출판의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의 상상력 추구다. 2003년 뉴스 1위는 ‘절박한 개인의 부각’이었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등 인생대역전을 꿈꾸는 절박한 개인들이었다. 돈과 부자를 화두로 〈한국의 부자들〉, 〈나의 꿈 10억 만들기〉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약간 코드가 다르긴 하지만 기독 출판에서는 1인칭 자기 고백적인 감동스토리라는 코드로 볼 때 〈갈대상자〉, 〈천국은 확실히 있다〉, 〈하늘에 속한 사람〉, 〈복있는 사람〉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절박한 상황에 공감하고 함께 믿음으로 일어서도록 돕는 힘을 발휘한 책들이다.
둘째, 팩션의 유행이다. 팩션은 허구(fiction)적인 텍스트와 역사적 사실(fact)을 결합한 소설 형식을 말한다. 〈다빈치 코드〉, 〈단테클럽〉, 〈4의 규칙〉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독 출판에서는 2000년 이후 아직 소설 베스트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팩션을 써낼 수 있는 역량있는 작가는 김성일 정도다.
셋째, 랜덤하우스중앙의 출범과 양극화 현상이다. 2003년 말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이 거대자본 출판사는 올해 목표인 300억원의 매출을 초과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IMF 무렵만 해도 50억원을 넘기는 출판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올해의 경우 200억원을 넘기는 출판사가 1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계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독 출판에서도 양극화는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간 출간 종수 면에서도 대형 출판사들은 전년 못지않은 또는 전년의 두 배에 가까운 출간을 한 반면 소규모 출판사들의 출간종수는 현저히 줄었다.
넷째, 땅테크 서적과 ‘아침형 인간’의 유행이다. 지난 몇 년간 실용서 시장은 대형 베스트셀러의 산실이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밀리언셀러를 주도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시장의 빅 타이틀은 실종되었다. 올해는 리더십과 자기계발 도서가 저조한 반면 ‘땅테크’ 서적들이 선전했다. 〈한국의 땅부자들〉이 10만부를 넘겼고, 〈한국의 부자들〉 역시 상반기에 이 분야의 시장을 주도했다.
기독출판 베스트셀러 중에서 실용적 흐름을 탄 책들을 보면 〈새벽형 크리스천〉,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는다〉, 〈도전과 기회 3C 혁명〉, 〈게으름〉, 〈리더여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어, 성경이 읽어지네〉,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공부한다〉, 〈나는 바빠서 기도합니다〉, 〈지금 미래를 결정하라〉 등이다.
다섯째, 아시아 전역으로 한류 열풍 확산이다. 중국 출판시장에서 최인호의 〈상도〉, 귀여니의 〈그 놈은 멋있었다〉,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 등은 한류열풍을 타고 이미 밀리언셀러로 회자되고 있다.
기독 출판에도 한류 열풍이 반영되고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대만이다. 강준민, 전병욱, 김남준 등을 비롯해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책이 내년 2월 타이페이 도서전을 목표로 속속 출간될 예정이다.
여섯째, 〈마법 천자문〉 등 학습형 스토리 만화의 정착이다. 〈서유기〉의 구조를 빌려와 한자가 저절로 익혀지는 방식을 취한 이 시리즈는 1년 만에 200만부를 넘어섰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동안 2천만부 이상 판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획력은 기독 출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성경 전체 스토리를 만화로 엮은 시리즈는 많았지만, 어린이 입맛에 맞는 에듀테인먼트로 요리한 기획서는 없었다.
일곱째, 인문적 실용서의 확대다.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주인공으로 다루면서 실사구시의 철학을 담고 있다. 2003년에 주목을 받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현산어보를 찾아서〉 등에 이어 〈미쳐야 미친다〉, 〈책문〉,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등이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기독 출판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목적이 이끄는 삶〉이다. 교회마다 단기적인 제자훈련의 대안으로 활용하면서 이 책은 장기 베스트 1위를 지켰다. 40일 동안 개인이나 교회가 읽고 적용할 수 있도록 짜여진 틀이나 신앙지식의 실용적 글쓰기 면에서 인문적 실용서의 전형이다. 앞으로 모든 신앙서적들은 손에 잡히는 실용성이라는 코드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할인점 도매상의 연쇄도산이다. 대형할인점, 홈쇼핑 등을 대상으로 한 할인 마케팅 구조는 도서정가제로 출판산업의 건강성을 지키려는 출판인들의 의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변칙 유통이었던 만큼 예상되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기독서점들의 부도는 IMF 이후 뜸했다. 올해 들어 2개 서점이 부도를 내면서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혹 신호탄이 아닌지 하는 노파심에서다. 하지만 연쇄부도가 나기 어려운 구조여서 아직은 차분한 분위기다.
아홉째, 해외 도서전들의 한국 주빈국 선정이다. 2005년 2월에 열리는 대만 타이페이 도서전,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그리고 200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다. 2005년은 한국 선교 120주년으로 볼 수 있는 해다. 도서전 주빈국 선정의 기회에 120년 문서선교의 발전상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열째, 아동서적의 연이은 해외 수상이다. 2002년에 류재수가 그린 〈노란 우산〉, 2003년에 이호백의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에 이어 올해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윤미숙의 〈팥죽 할멈과 호랑이〉, 신동준의 〈지하철은 달려 온다〉, 김재홍이 그린 〈동강의 아이들〉 등이 해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아직 기독 출판계에는 어린이 출판 철학을 가진 출판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다.
올해의 출판 키워드를 두 가지로 말한다면 첫째, 실용성이요 둘째 1인칭 자기고백적인 감동 스토리다. 이제 독자들은 손에 잡힐 듯한 구체적인 자기화가 가능한 책을 원한다. 그리고 웃음이나 눈물로 깊이 공감하고 좌절에서 일어나게 하는 책을 원한다.
경제가 불투명하다는 2005년에도 ‘실용성’과 ‘감동 스토리’이 양날로 요리된 신앙 양서들이 최고의 맛을 내는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글=유종성(두란노 출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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