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주공원을 찾는 노인들에게는 친근한 벗이 기다린다.


빈들회(대표:김규옥 목사예목교회). 「노인과 청소년의 공동체」라는 부제를 단 그 이름은 언제나 정겹게 노인들을 맞는다.


매일 아침 11시를 즈음해서 빈들회가 광주공원안에 마련한 「사랑의 쉼터」에는 생기가 감돈다. 한편에선 생활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김규옥 목사의 요즘 세상을 들춰보는 재치있는 만담이 한창이고, 다른편에서는 장구소리와 시조자락이 어우러진 국악교실이 벌어진다.


노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목욕시설과 진료소 앞에서 서성이는 노인들이 보이고, 나무의자에 조용히 걸터앉아 이발봉사를 받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찌감치 점심급식소를 찾아 자리잡는 이들도 늘어간다.


빈들회가 하루에 상대하는 노인들은 대략 350∼400명. 매일 점심무렵 이들의 시중을 들기위해 빈들회 회원들과 예목교회 교인들, 자원봉사자들이 한바탕 진땀을 빼야 한다. 하루 4∼5명씩 찾아오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어쩌다 빠지는 날이면 전부다 녹초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광주시 월산동에 사는 윤주영씨(73세)는 『매일 이곳에 들르다시피 하는데 늘 변함없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대한다. 소일거리도 없고, 주머니사정 역시 넉넉치않은 노인들을 정성으로 섬겨주는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지난 87년 속칭 「앵벌이」 소년 9명을 데리고 시작한 김규옥 목사의 봉사사역이 오늘날 빈들회의 모태가 됐다. 광주공원 공중화장실 옆 빈터에서 천막을 치고 칼국수와 팥죽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던 외로운 사역은 조금씩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12년째를 맞는 지금 빈들회의 노인청소년 사역은 광주시와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어엿한 규모를 갖추고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교단협의회도 「가정윤리회복운동협의회」라는 후원회(회장:방철호 목사)를 조직하고 이 사역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빈들회의 노인들을 위한 애정은 그칠줄 모른다. 최근에는 「광주실버파크」라는 새로운 사업에 착수했다. 연면적 7만여평에 달하는 독거노인 수용시설, 노인복지주택, 노인전문병원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가 될 것이다.


김규옥 목사는 『노인들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진정한 사회복지를 실현한다는 포부를 갖고 이 사업을 벌인다』면서 『범국민 일일 백원돕기운동 등 건립기금 조성사업에 교회와 성도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근 빈들회 사역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최대후원자였던 광주가든백화점이 경영난으로 지원을 중단했고, 현재 급식소와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건물자리에 노인복지회관이 들어서게 돼 부랴부랴 장소를 옮겨야 할 판이다. 당장 3000만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감당하기 버겁다. 이 또한 교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8월 27일 광주공원 노인들은 수재민들을 위해 주머니를 털었다. 점심조차 얻어먹는 처지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만큼은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15만원, 동전과 지폐보다 더 큰 사랑이 가득 쌓였다.


자신들을 잊고사는 세상을 노인들은 아직도 꿋꿋이 지켜본다. 구원을 기다리는 광야의 소리처럼 빈들회는 또 그렇게 꿋꿋이 노인들을 지킨다. 이제는 세상이 그들을 돌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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