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연구 약진

차기 회장에 마크 놀 교수

미국역사학회(American Historical Association) 연차총회 겸 학술대회가 시애틀에서 열렸다. 42개 전국 규모 개별학회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학회는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온 학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나누고, 최근 연구하고 있는 주제들을 발표하는 장이다.
119회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는 1월 6일부터 1월 9일까지 열렸으며 800명이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필자와 같은 해외 학자들이 71명 포함됐다.
미국역사학회의 학술대회는 167개 분과로 나누어져 진행되었고, 각 분과는 좌장 1인, 2-4명의 발표자, 1-3명의 논평자로 구성되어, 분과별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심도 깊은 발표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미국역사학회 회장은 예일대학교 조나단 스펜스(Jonathan D. Spence) 교수가 맡고 있으며, 차기 회장에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제임스 쉬한(James J. Sheehan) 교수가 내정된 상태다.
통상적으로 전체 학회가 시간별로 발표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동시에 개별학회 나름대로의 분과 운영이 계속된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미국교회사학회도 이런 맥락 속에서 자체순서를 가졌다. 미국교회사학회(American Society of Church History)는 필립 샤프를 위시한 일단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1888년에 창립된 학회로, 미주 전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학문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단체이다. 특히 '처지 히스토리'(Church History)라는 학술지를 계간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애틀 미국교회사학회는 자체적으로 39개의 분과를 운영하였다. 다른 개별학회와 연합해서 구성된 5개의 분과를 제외하면, 이 가운데 이 학회만의 순수한 분과 활동은 34개였다. 미국교회사학회는 차기 회장으로 휘튼대학의 마크 놀(Mark Noll) 교수를 뽑았다. 직전 회장은 밴더빌트대학의 데니스 딕커슨(Dennis C. Dickerson) 교수였으며, 마크 놀 교수는 이미 회장직을 맡았던 경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이 학회를 이끌게 됐다.
이번 2005 시애틀 미국교회사학회는 다섯 가지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주었다. 첫째, 미국교회사학계를 통틀어 복음주의 진영의 대약진이 확연하게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회장을 맡게 된 마크 놀을 비롯하여 케네스 민케마, 죠지 마스덴, 나단 헤치, 리차드 그리브스 같은 인물들이 학회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복음주의적 시각에서 교회와 역사를 보려는 시도들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건주의 운동,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복음주의 운동, 칼빈주의 운동, 개혁주의와 장로교주의에 대한 관심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학회 제18분과 '조나단 에드워즈 연구 300년의 역사-사무엘 홉킨즈부터 케네스 민케마까지'에서는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조나단 에드워드에 대한 연구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며 전망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일평생 이 분야의 연구를 심도 깊게 추구한 노스이스턴대학의 레세르(M.X. Lesser) 교수는 조나단 에드워즈 당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전기들을 소개하고 평가하였다. 라이트주립 대학의 챔벌린 교수는 미국 사회사적인 견지에서 신선한 연구를 소개하여 조나단 에드워즈 연구의 지평이 신학과 교회사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의 크로코 박사는 조나단 에드워드가 남긴 자료들을 편집한 역사를 기록하면서 밀러로부터 케네스 민케마에 이르는 계보를 정리하였다. 논평자로 나선 예일대학교의 민케마 박사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소개하고, 특별히 예일대학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한 온라인 작업을 공개하며 시사회를 갖기도 하였다. 이 인터넷 판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각종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독자들에게 다가가도록 배려하였다. 이 웹사이트는 예일대학교의 조나단 에드워드 센터로 들어가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시험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온라인 판에 접속하여 각종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학제간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9분과의 '근대 초기 중부 유럽의 신앙고백적 정체성'과 제22분과의 '존 후스의 이전과 이후'를 다루면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역사학회와 연대하여 주제들을 다룬 점, 제10분과에서 '경건주의와 새로운 세계들'을 통해 경건주의 연구팀과 함께한 점, 그리고 미국역사학회 산하의 다양한 개별학회들과 자연스러운 학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이다.
넷째, 교회사를 연구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인종, 성별, 절대적 빈곤 집단, 이민 집단 등의 역사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가운데 미국의 양심적인 기독교 지성을 일깨우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학회의 절정은 본 학회의 직전회장이며 밴더빌트대학의 교수인 데니스 딕커슨의 주제 강연이었다. 그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종교적 지성인들과 시민권 운동의 신학적 기초'를 발표하였다.
다섯째, 아시아 교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11분과에서는 '현대 중국의 기독교'에 대하여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었고, 제25분과는 '현대 기독교에 대한 동서 문화적 관점-일본과 미국'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기독교와 관련하여 특별하게 분과 배정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아시아권의 한 기독교인으로서 자부심도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기독교의 중심인 한국 교회와 미국 내 한인교회 역사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 교회의 내외적인 규모나 내용은 세계 교회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시아 교회 전체로 볼 때는 일본만 해도 기독교인수가 전체 인구의 1%로 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선교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상태다. 중국 교회가 급성장하고는 있으나 제도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 외부적인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미국 내 한인교회의 숫자가 3500개를 상회하고 있는데 반하여, 일본이나 중국 교회의 규모와 내용은 미미한 가운데 있다. 필자는 이번 학회를 참석하면서 고정된 한국 교회 관련 분과의 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한국 분과를 개설해야겠다는 도전을 받았다.
이상에서 살펴 본대로, 2005년 시애틀 미국교회사학회는 향후 미국 교회사학계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로 전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내실을 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애틋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를 위한 신학을 실천하고 있는 교회사학자들의 모습도 중요한 순간마다 신선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교회사학회의 다음 학술대회는 올 해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동부지역 사바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최은수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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