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마지막 14권 나와…서문강 목사 30년 걸려 번역작업 “저자 역자 독자 그리고 성령의 역사가 합력하여 빚은 고전”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 제1권이 우리말로 옮겨져 나온 것은 1976년 11월. 옮긴이는 당시 총신 신대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던 서문강이라는 20대의 젊은이였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이 시리즈의 마지막 제14권이 우리말로 옮겨 나왔다. 제1권을 번역할 때 20대 젊은이 서문강 전도사는 이제 50대의 절반을 넘어선 서문강 목사(사진)가 되어있다.
마틴 로이드-존스 목사가 런던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로마서를 강해 설교한 기간은 10년. 그리고 그 강해설교가 전집으로 묶여 나온 기간은 30년. 여기에, 이 전집이 우리말로 옮겨 나온 기간 역시 30년. 하나의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세월만이라도 이만큼은 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여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스며있을까.
서문 목사가 마틴 로이드-존스를 알게 된 건 1974년 총신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당시 문창수 목사가 로이드-존스의 ‘산상설교’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신학생들에게 읽히면서였다. ‘산상설교’를 읽고서 서문 목사는 비로소 “우리가 믿고 신뢰하는 성경이 말하는 복음, 성경이 말하는 설교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로이드-존스에 매료된 젊은 서문 목사는 이를 계기로 그의 ‘로마서 강해’를 우리말로 옮기게 됐다.
제1권이 출간되고 서문 목사는 학우들과 당시 총신 학장이었던 김희보 교수를 모시고 번역 출간 감사 예배까지 드렸다. 저서도 아니고 번역서를 내고 감사예배까지 드렸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한국 신학교육의 현장에서 변변한 신학 서적 한권 찾아보기 힘든 형편에서는, 모두들 번역서 출간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말로 나온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는 ‘단순한 번역서 출간’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1974년 ‘엑스폴로 74’를 계기로 한국 교회에는 성장의 기폭이 마련됐다. 그러나 그 성장의 기세에 ‘바른 말씀’이 지남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는 제1권이 나오고 이어 2권, 3권이 잇따라 나오면서 젊은 신학생들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국 교회에 ‘바른 말씀’의 기반을 다졌던 것이다.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를 우리말로 간행한 곳은 기독교문서선교회(CLC). 이 선교회의 대표 박영호 목사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 출간과 함께 “기독교문서선교회의 청교도 복음주의 서적 보급이라는 문서 선교의 사명이 기반을 다지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생명의말씀사와 기독교서회가 이제 막 신앙서적을 내놓기 시작할 무렵이었던 1970년대 중반,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 출간은 한국 교회와 신학교에 복음적 신학 서적의 단비와도 같았다.
박영호 목사는 막 우리말로 출간한 ‘로마서 강해’ 제1권을 1977년 1월 마틴 로이드-존스 목사에게 건네주었던 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판권이라고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박 목사는 “무단으로 번역한” 이 책 1권을 로이드-존스 목사에게 “용감하게” 내보였다. 그 때 로이드-존스 목사는 한국이라는 생소한 나라에서 자신의 책이, 그것도 무단으로 번역 출간됐다는 사실을 알고 어떤 느낌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는 로열티를 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며 게다가 박 목사에게 자신의 또 다른 책 ‘목사와 설교’까지 선사했다는 사실이다. 로이드-존스 목사 역시 이미 ‘로마서 강해’가 자신을 벗어나 세계 교회의 것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기독교문서선교회는 ‘로마서 강해’ 시리즈 정오표를 여럿 보관하고 있다. 이 선교회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내 온 것들이다. 박 목사는 “출판인으로서 부끄러움과 동시에 큰 감동과 격려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 목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로마서 강해 전권의 출간은 이 시리즈 한 권 한 권이 나올 때마다 읽고 다음 권을 기다린 독자들이 함께 만든 것입니다.”
서문강 목사는 30년이 걸려 완결된 ‘로마서 강해’ 번역 작업에 대한 감회를 “참으로 즐겁게, 힘들지 않았던 일”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번역 실력을 뽐내려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했던 번역 작업”이라는 고백이다. 한 권 분량만 해도, 많게는 5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원서에 기가 질릴 법도 했겠지만 서문 목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로 “‘산을 옮길만한 믿음’을 체험한” 30년 번역 사역이었다고 했다.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가 고전에 들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이들의 숨은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역사와 시대를 초월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있었다.
2005년 2월 24일 저녁 6시 백주년기념관에서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전권 번역출간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예배가 있게 된다. 1976년 11월 제1권을 출간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렸듯이 30년 세월이 지난 이번에도 그렇게 함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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