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교수, 조선기독교도연맹 세계교회협 가입신청설 바로잡아 “1970년대 진보적 성향 교회협도 북한교회 활동엔 부정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물론이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기타 보수 성향의 기독교 교단이나 단체들도 지금은 북한 교회와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 불과 수년 사이에 ‘북한 교회’에 대한 남한 교회의 인식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루었다.
한국 교회사를 연구하는 한 연구자의 흥미로운 탐사발굴이 남한과 북한 교회가 서로를 바라본 인식의 변화 추이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서정민)가 1월 8일 연 연구 모임에서 김흥수 교수(목원대학교)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의 세계교회협의회 가입신청 문제 재론’을 주제 발표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날 발표는, 앞서 지난 2002년 4월 이미 같은 연구 모임에서 동일한 주제로 발표한 바 있는 것의 ‘재론’이었다. 당시 김 교수는 한국 교회사에서 두루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의 세계교회협의회 가입신청설’을 세계교회협의회가 소장하고 있는 관련 문서들을 발굴·조사해 바로잡았다.
이 문제를 재론하는 까닭을 “가입 신청설을 부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와 이미 소개한 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상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지난 8일 모임에서 김 교수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하려한다는 것으로 남한에 알려지게 된 정황을 설명하며, 1970년대 남한 교회가 북한 교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당시 남한 교회의 진보적 지도자들의 반응들을 소개했다.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의 세계교회협의회 가입 신청이 정설로 굳어진 과정에 대해 김 교수는, 이 같은 설이 1974년 7월 세계교회협의회를 방문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유호준 목사의 입을 통해서, 그리고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관석 총무의 발언을 통해서 남한 교회에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 가운데 당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였던 김관석 목사를 인터뷰한 교계 신문의 기사 한 토막. “북괴는 북한에 있지도 않은 조선기독교도연맹이라는 기독교 단체 이름을 허위 날조하여 최근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 청원을 했다가 거부되었다. 이에 대해 독일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본부를 방문하고 지난 주 귀국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관석 목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회에까지 침투하려는 북괴의 만행을 강력히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러한 소식을 듣고 미리 WCC의 알렌 부레쉬 협동총무를 방문하여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1970년 당시 북한 교회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관련해 김관석 목사는 1991년 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교회가 WCC에 가입하는 문제에 관한 한 나는 당시 늘 부정적인 반응을 표시하였다. 그 이유는 북한 교회가 WCC에 들어오면 우리의 운동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 같아서 전략성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김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남한 교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역시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 초까지도 북한 교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상당히 소극적이었음 짐작케 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제시했다. 1981년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조국통일을 위한 북과 해외 동포, 기독자간 대화’는, 당시 스위스에서 열린 예정이었지만 이 대화 모임을 반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압력에 의해 장소가 변경되었던 것.
김 교수는 당시 한국교회협의회가 스위스개신교연합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앞으로 보낸 “적색 분자 기독교인들의 회의를 위하여 스위스 교회가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전문을 찾아 제시했다. 한국교회협의회의 당시 회장의 이름(KANG WON YONG)이 들어있는 이 전보는 한국교회협의회에는 보관되어 있지 않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는 “남한 교회 역시 1974년에 그리고 1981년에도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의 세계교회협의회 접촉을 원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협의회가 비로소 북한의 신앙공동체와 교제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1984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도잔소협의회에서였다. 불과 2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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