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 박사, ‘공동체적 전망’ 제안


바울은 신학자인가, 목회자인가, 선교사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사도행전이나 그의 서신들에서 발견하는 바울은 신학자이기도 하고 목회자이기도 하고 선교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바울 ‘연구자’들 곧 신학자들에게서 바울은 늘 ‘신학자’였다. 이 말은 곧 바울 서신에 대한 연구 접근이 흔히 조직신학의 틀을 가지고 이루어졌다는 뜻이며 이러한 틀을 가지고서 접근이 용이한 로마나나 갈라디아서를 중심으로 바울 신학의 핵심이나 교리적 중추를 찾는 작업이 바울 서신 연구의 중심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신학자로서의 바울’, ‘조직신학 또는 교의학 텍스트로서의 바울 서신들’이라는 이러한 신학 연구 경향은 물론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학자들의 또 다른 관점에서의 바울 연구, 바울 서신 연구가 필요한 까닭이, 또 그러한 작업들이 속속 시도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목회자 바울’을 바울 연구의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하는 논문 발표가 1월 15일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정규남) 신학포럼에서 있었다. 천안대학교 기독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제39차 신학포럼에서 이경석 박사(천안대 신약신학)는 바울의 공동체적 전망과 목회적 전망을 바울 서신 해석의 유용한 관점으로 제시했다.
“고린도전서에 서술된 바울의 공동체적 전망-공동체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목으로 이날 논문을 발표한 이 교수의 논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초대 기독교 공동체의 복음에 기초한 바른 신학을 정립하고자 투쟁한 바울, 곧 신학자 바울을 상정하고 그의 서신들에 접근해 들어갈 때 만나게 되는 ‘바울 서신에 일관되게 흐르는 신학적 통일성’을 넘어, 바로 그 공동체를 보살피고 목양하고자 애쓴 목회자 바울을 만날 때 우리는 그의 서신들에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독특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이날 발표 첫머리에서 이 교수는 바울 연구의 최근 동향으로 ‘사회-역사적 연구’와 ‘수사학적 방법’을 소개했다. 사회-역사적 연구는 그리스-로마 세계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바울 서신을 이해하려는 일련의 시도로서, 이 연구를 대표하는 게르트 타이센은 고린도교회의 정황을 소수 귀족 출신의 구성원과 다수 하층민 출신의 구성원 사이의 사회경제적 갈등 관계에서 파악한다. 수사학적 연구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쓰인 수사학의 상용적 틀 속에서 바울 서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 연구 방법의 대표자인 마가렛 미첼은 고린도전서 전체를 ‘심의적 수사’ 양식으로 보면서, 이 서신을 고린도 교인들에게 분열을 중단하고 일치단결할 것을 호소하는 바울의 심의적 논의의 서신으로 해석한다.
두 연구 방법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교수는 사회역사적 방법의 경우에는 “본문 자체보다는 부차적이고 배경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사학적 방법은 “수사양식을 전제로 본문의 내용구조를 파악함으로 서신의 본래적 구조나 목적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서 이 교수는 바울이 여러 교회들 앞으로 보내는 서신들에서 ‘에클레시아’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면서 각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한 여러 사례들을 근거로 바울의 공동체적 전망을 강조했다. 근친상간한 형제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의 부도덕을 책망하는 대신 공동체의 연대적 책임을 묻고 그를 공동체 밖으로 추방할 것을 명령한 본문(고전5:1-13)은 물론, 성례전 ‘신학’의 핵심 근거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본문들(고전10:16-17, 11:23-26)도 이 교수는 “새 언약 공동체로서의 그리스도의 몸”을 강조한 바울의 공동체적 전망의 논거로 제시했다.
바울 서신에서 신학적 통일성과 일관성이 부각되기 마련인 전통적 연구 경향들에 문제를 제기하며 1980년대 이후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바울의 각 서신의 상황적 독특성”에 주목하는 연구로는 제임스 베커의 ‘일관성-우연성 모델’을 비롯해서, 사회-역사적 방법이나 수사적 방법들로 포함될 수 있을 것.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러한 연구 방법들이 “바울의 목회적 관심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히 고린도전서에서 목회자로서의 바울의 면모를 강조한 이날 발표에서 이 교수는 “바울의 공동체적 전망은 그의 서신의 공동체적 해석의 당위성을 변증한다. 그러므로 고린도전서 자체의 신학을 논한다면 이는 교회 공동체 중심적인 신학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공동체적 정체성과 거룩성을 북돋우는 신학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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