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기우스주의에 맞선 개혁신학 거장 숨결 느껴


역사 신학의 고전 한 권이 우리말로 옮겨 나왔다. 고전에 들 만한 것들이 여럿 있지만 윌리엄 커닝함의 ‘역사신학’이 우리의 특별한 주목을 받아야 하는 까닭은 이것이 ‘칼빈주의’ 또는 ‘개혁 교회’의 역사신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혁 사상의 역사적 변천과 발전 과정을 철저한 개혁신학의 바탕에서 치밀하게 다루는 개혁신학의 고전이다.
이번에 우리말로 옮겨진 이 책 ‘상권’의 차례를 훑어보면 우선 그 낯선 장별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교회, 예루살렘 종교회의, 사도신경, 사도적 교부들, 속사도 시대의 이단. 2-3세기의 교부들, 처음 2세기의 교회, 교회조직, 삼위일체론, 그리스도의 인격, 펠라기안 논쟁, 성자와 형상 숭배, 국가의 권위와 교회의 권위, 스콜라 철학, 교회법, 진리에 대한 증언, 종교개혁시대 교회, 트렌트 종교회의, 타락, 의지론으로 1장부터 20장까지 이어지는 ‘차례’는 얼핏 일관성이 결여된 듯 보이기도 하고 체계가 없는 듯도 느껴진다.
그러나 당혹스런 이 차례에 윌리엄 커닝함의 세심하고 깊은 의도가 깔려있음을 이 고전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다. 당혹스러움은 감탄과 공감으로 바뀐다. 교회의 신학과 사상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니 으레 연대기적 차례를 기대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제1장 교회’와 ‘제2장 예루살렘 종교회의’에 이어 ‘제3장 사도신경’이라는 뜻밖의 제목을 제시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두 장에 가서는 ‘타락’(제19장)과 ‘의지론’(제20장)이라는 마치 조직신학 같은 제목을 던진다.
‘사도신경’이라는 생뚱 같아 보이는 제3장에 대해서는 커닝함이 사도신경에 대해 다소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한국 교회가 지금 현대 감각에 맞게 사도신경을 새로 옮기는 일이 진행하고 있으니 이 장 또한 새겨 읽어볼 만 하다는 점도 덧붙인다.
이 책의 수수께끼 같은 차례에 숨어 있는 뜻을 찾기 위한 이들에게 옮긴이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는 한 가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제19장 타락과 제20장 의지론은 이미 제11장 펠라기안 논쟁에서 그 논의 심화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11장 ‘나’절의 제목이 ‘타락-원죄’이고 ‘다’절의 제목이 ‘회심-주권과 유효한 은혜’이다.
개혁신학의 거장 윌리엄 커닝함은 왜 ‘타락’과 ‘의지론’을, 아니면 ‘펠라기우스주의’에 이렇게 ‘과도한’ 관심을 기울였을까?
펠라기우스주의, 바로 이것이 개혁교회의 개혁교회다움을 허무는 암적 존재요 개혁신학의 개혁신학다움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난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신학’ 상권의 바탕에 흐르는 역사 투쟁의 큰 줄기를 우리는 ‘펠라기우스주의와의 투쟁’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권도 기대된다. 옮긴이 라 교수는 귀띔한다. 하권에서 우리는 ‘알미니안’과 ‘소시니안’에 맞서 투쟁하는 개혁신학의 거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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