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윤리·가정위기·주5일제 대안 논의…세계적 석학 방문도 한국교회연구소 6월 출범…기독교대학 정체성 탐구 학술대회 열려


한국복음주의신학회와 한국기독교학회로 크게 나눠 있는 한국 신학계는 2004년 한 해에도 이들 두 공동학회의 우산 아래에서 분과학회별 학술 활동들을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했다. 두 학회 산하 분과학회들의 개별 활동들은 제외하고, 이들 외에 독립적으로 학술활동을 하는 전문 학회들을 중심으로 2004년 한 해 한국 신학계가 지나 온 길을 살펴본다.

경제윤리 바로잡을 때
복음주의윤리학회-기독교윤리학회 공동학술대회
‘10억 벌기’, 로또 복권,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의 고액 사례비 등의 논란이 계속되면서 건강한 경제 행위의 주체들을 상심시킨 한 해였다.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와 한국기독교윤리학회가 ‘경제문제와 기독교윤리-기독교인으로서 깨끗한 부자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연 바탕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는 한국 신학계에 보다 넓은 학술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범이 되고 있는 이들 두 학회는 5월 22일 연 공동학술대회에서 이른바 ‘청부론’과 청비론을 기독교윤리학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세계 석학 잇따라 한국 찾아
위르겐 몰트만-마크 놀-앨버트 월터스 등
그의 ‘희망의 신학’이 나오고 40년이 되는 해인 올해, 위르겐 몰트만이 6월 한국을 찾았다. ‘희망의 신학-그 이후 40년’을 주제로 내 건 한국조직신학회의 신학 심포지엄을 비롯해 그를 초청한 다양한 학술 모임들이 잇달았다. 한세대학교는 조용기 목사의 신학과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을 견주는 신학심포지엄을 열었고, 몰트만의 저서들 가운데서 ‘희망’과 관련된 부분들만 추려 우리말로 옮겨 엮은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한들출판사)가 나오기도 했다.
10월에는 복음주의 석학 마크 놀 박사와 앨버트 월터스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마크 놀 박사는 10월 25일 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교 창립 40주년 기념 강연에서 미국 복음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역사의 교훈들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에도 기조강연자로 등단해, 진보 성향이 강한 이 학회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기독교 학문의 정체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창조 타락 구속’(IVP)의 저자 앨버트 월터스 박사는 10월 11시 천안대학교 백석강좌에서 “‘창조 타락 구속’에 덧붙여야 할 것”과 “개혁주의 세계관과 성경 연구”를 주제로 두 차례 강연을 했다. 코넬리우스 플렌팅가 미국 칼빈신학교 총장도 지난 10월말 한국을 찾아 장로회신학대학교와 한국복음주의신학회에서 강연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출범
소장 박용규 교수
한국교회사연구소가 6월 5일 첫 정기학술 세미나를 열면서 출범했다. 박용규 교수를 소장으로 한 이 연구소는 이날 이정식 박사(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의 ‘몽양 여운형과 한국 기독교’를 시작으로 매달 첫째 토요일 오전 10시에 정기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기독교대학 ‘자리매김’ 칼빈대에서 배운다
고신대 천안대 한동대 함께
고신 천안 한동 대학교에서 기독 학문을 하는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국제 학술 대회를 열었다. 12월 14-16일 천안에서 열린 이 학술대회는 128년 역사의 미국 기독교 대학인 칼빈대학교의 교수진을 초정해 그들로부터 기독교 교육의 철학과 교육과정을 소개받고 배우는 자리였다. 칼빈대학교 게이런 바이커 총장은 기독교대학은 “하나님 앞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이라고 정의했다.

주석-설교 통합 심포지엄 자리 잡아
프로에클레시아신학회 서울-울산-광주 순회 "큰 호응"
프로에클레시아신학회는 올해도 ‘신학은 교회를 섬겨야 한다’는 신념을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실천에 옮겼다. 여름에는 구약을, 겨울에는 신약을 주해하고 설교한다는 기본 구도를 지켜 6월에는 ‘이사야서와 세상의 구원’을 주제로, 12월에는 ‘요한복음과 영원한 생명’을 주제로 ‘주석-설교 세미나’를 열었다. 여름, 가을 모두 서울과 울산, 광주에서 잇따라 심포지엄을 열어, 서울 중심의 학술 활동을 넘어 현장에 더욱 다가서는 기틀도 마련했다. 특히 이 학회는 앞서 연 다섯 차례의 경험을 살려 기존의 세미나 형식을 보완, 본문 주해와 설교 적용을 한 단위로 묶는 ‘블록 세미나’를 계발, 현장 설교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신학의 주제로 다룬 예술·통일
한국복음주의신학회 봄-가을 정기논문발표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4월 23-24일과 10월 29-30일 정기 논문발표회를 두 차례 열었다. 최근 현안에 밀접한 신학적 논의를 강조하고 있는 이 학회는 ‘기독교와 예술’과 ‘민족복음화와 남북통일’을 올해 봄, 가을 총주제로 내걸고 9개 분과 학회 발표회와 전체 주제강연 등을 이틀씩 진행했다.
복음주의 통일신학 정립을 집중 논의한 가을 학술 발표회에서 김병로 교수는 “한국 교회는 통일을 민족복음화의 기회라는 선교적 과제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기조강연을 통해 역설했다. 미국 칼빈신학대학교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총장는 ‘평화를 위한 교육’을 역설했다.

가정 위기, 장애인 차별 “기독교 교육으로 극복하자”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는 10월 16일 ‘디지털시대의 기독교 가정’을 주제로 연 정기 학술대회에서 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가정의 문제점과 기독교적 대안을 논의했다. 정정숙 교수는 주제 강연을 통해 현대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가정 정체성의 확립이 선행해야 하며 교회의 사역이 가정중심으로 변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는 5월 22일에는 ‘장애와 차별 극복을 위한 기독교교육’을 주제로 봄 정기학술대회를 열었고, 8월 21에는 글렌 스넬벡커 미국 탬플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한국의 기독교교육학자들이 다수 발표자로 참여한 ‘생명과 평화 위한 기독교 교육’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주5일 근무제 “무조건 반대할 일 아니다”
한국개혁신학회
한국개혁신학회는 ‘주5일 근무제와 개혁신앙’을 주제로 5월 1일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신학적, 실천적으로 바른 입장을 제시했다. 특히 발표자들은 십계명의 ‘6일 노동’에 대한 지나친 강조보다는 성경이 제시하는 ‘안식’에 대한 바른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는 11월 20일에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학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양낙흥 교수(고신대원)가 청교도주의자 에드워즈의 회심론을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분석·비판했고, 박응규 교수(ACTS)는 에드워즈가 북미 인디언 선교 활동을 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의 선교 신학을 소개했다.

종교다원주의 허구성 비판
개혁신학회
‘예수는’ 류의 종교다원주의적 주장이 거센 한 해, 개혁신학회는 9월 18일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다원주의’를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어 종교다원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남아프리카 프리스테이트대학교 스트라우스 교수는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기초한 다원주의에 대한 개혁주의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전호진 박사는 종교간 대화에 대해 선교적 관점에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날 열린 총회에서 손석태 총장(개신대학원)이 이 학회 2대 회장에 선임됐다.

성경신학으로 푼 다윗 난제
한국성경신학회
한국성경신학회는 8월 23일 ‘다윗 역사에 대한 성경신학적 의미’를 주제로 제15차 논문발표회를 열었다. 장세훈 교수는 다윗의 인구 조사를 기록하고 있는 역대상 21장 1절의 해석상의 난제를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다시 규명하는 해석학적 대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이 본문에 등장하는 사탄은 다윗에게 도전하는 이방의 군사적 대적자로 이해해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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