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칼빈대 초청 국제학술세미나…기독교대학 정체성 탐구 14∼16일 고신·천안·한동대 공동주최


건학 이념에 ‘기독교 정신’을 담고 있는 대학교는 적지 않지만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는 학교는 과연 한국에 얼마나 될까? ‘기독교 대학’ 또는 ‘기독 학문’에 대한 합의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게 현실에 가깝다. 한국과 미국의 교수들이 모여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두고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국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고신대학교, 천안대학교, 한동대학교는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칼빈대학교 초청 국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기독교인의 책임과 교육과정 개발’. 이 주제 아래 기독교 교육의 철학, 기독학문의 일반원리, 칼빈·고신·천안·한동 각 대학교의 핵심 커리큘럼, 삶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소명, 인문학 강의실에의 적용 등 모두 여섯 개의 세션이 사흘에 걸쳐 진행됐으며, 기독교 대학 교육의 이념과 철학, 기독 교수의 책임,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 등 기독교 교육 전반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고 실제적인 주제들이 발표되고 토론됐다.
‘기독교 교육 철학’을 주제로 한 첫날 제1 세션에서 미국 칼빈대학교 총장 게이런 바이커 박사(Gaylen J. Byker)는 ‘기독교 대학’을 ‘아카데미아 코람 데오’(Academia Coram Deo) 곧 ‘하나님 면전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으로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대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굳게 지켜야 하는 세 가지 ‘마음의 습관’을 제시했다.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교육’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참하는 경건의 실천, 하나님이 창조세계에 부여하신 일반은총을 인식하여 창조세계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참여하는 습관, 그리고 대립(the antithesis), 곧 한 편의 죄악과 다른 한편의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 나라 사이의 상존하는 갈등을 늘 인지하고 또 이에 대응하는 습관, 이 세 가지가 균형 있게 견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첫 강의 요지.
‘아카데미아 코람 데오’ 곧 “하나님 앞에서 운영하는 대학 교육’은 “기독교 대학 교육에 있어 우리가 하나님 현존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교육을 한다는 의식적인 자각 속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교육한다는 의미이며, 또한 “하나님의 창조계획을 유지하면서 그리고 인류의 타락이후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었던 구속 사역에 맞추어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이커 총장은,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미국의 하버드와 예일과 프린스턴, 그리고 한국의 연세와 이화 대학 들을 예로 들며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출발한 많은 학교들이 결국 세속화되고 말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커 박사는 경건은 “창조 같은 어떤 추상적인 개념에 단순히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개인적인 그리고 공동체적인 헌신과 충성을 내포한다”며 “그리스도 중심의 대학 교육은 추상적이고 지적인 유신론에 근거해 세워질 수 없으며, 반드시 모든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주의 세계관은 온 마음과 생각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진정한 경건은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다는, 앎이 지닌 두 양상 모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건의 습관과 때로는 상충할 수도 있는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습관’에 대해서도 그는 “일반은총의 개념과 그 실천은 대학 교육에서 개혁주의 전통이 지닌 강점이 되어왔다”며 “기독교 대학은 죄와 악으로 왜곡된 구조와 사람을 회복하고 정의 곧 샬롬을 구축하기 위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진보적이고 자유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일반은총과 경건의 관계 상실, 곧 “하나님의 세상에 참여하기와 하나님의 말씀에 참여하기” 사이의 관계성을 상실하여 “도덕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공익을 위해 일을 하지만 기독교적이지 않은” 교육 기관을 만들어버린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게일런 바이커 박사는 ‘아카데미아 코람 데오-하나님 앞에서의 대학 교육’ 외에 ‘뚜렷하게 기독교적이고 학문적으로 탁월한 기독교 대학되기’를 제목으로 기독교 대학의 소명과 역할을 제시했다. 리 하디(Lee Hardy) 교수(철학)는 ‘소명훈련센터로서의 기독교 대학’과 ‘일상생활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인문학 교육-기독교고등교육기관에서’를, 클라우디아 드브리스 베버스루이스 교수(심리학)는 ‘소명 상상력, 그리고 화해-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교육’과 ‘기독교 관점에서 사회 과학 교육’을, 에이리 리그워터 교수(화학)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으로서의 과학/과학적 실천’과 ‘창조세계의 확증-강의실에서의 과학 교육’을 발표했다.
한편 최근 북미주에서는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여 대학 교육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추구하기 위해 100여개 대학들이 모여 기독교대학협의회(Council of Christian Colleges and Universities)를 결성했으며, 이미 한 세기 전부터 기독교 대학의 정신과 경험을 축적해 온 칼빈대학교가 북미주 기독교 대학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2년도에 이어 이번에 한국을 찾아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정립과 커리큘럼 개발에 도움을 준 미국 칼빈대학교는 개교 125주년을 맞은 지난 2001년에는 기독 학문의 위상을 평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국제 학술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리처드 마우 풀러신학교 총장의 ‘기독교 학문의 평가-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한 강연을 시작으로 그해 9월 사흘간의 국제 학술 대회에는 90여명의 발표자로 나서고 수백 명이 토론에 참가했다.
칼빈대학교는 ‘기독교 학문, 무엇을 위함인가?’(Christian Scholarship, for What?)를 총주제로 내건 당시 국제 학술 대회의 취지를 “기독교 사상의 본질적 가치를 성찰하고 21세기 기독교 학문의 과제를 다듬고, 학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을 고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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