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제호 교수 “다윗이야기서 ‘영생의 길’ 설교한 베드로가 귀감”


~성경신학회 대구서 논문발표회~

성경에는 여러 극적인 요소를 갖춘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다윗. 유년기서부터 성장기, 그리고 노년기까지 한 인간의 일생이 그토록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는 성경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다. 그에게서 우리는 인간 실존의 거의 모든 면모를 다 발견할 수 있다. 지혜와 용기, 신앙과 불신앙, 타락과 회개, 자식에 대한 부정 들 해서, 그는 참으로 무궁한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여러분은 바로 이러한 다윗이라는 한 인간에게서, 다윗에 대한 성경의 무수한 기록들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으며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설교하십니까?
8월 9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성경신학회에서 한제호 교수가 묻고자 했던 질문, 그리고 목회자가 대부분이었던 청중들에게 이날 던지고자 했던 도전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성경신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이날 베드로가 발견하고 깨달은 다윗과 다윗사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베드로가 성경의 다윗사에서 찾은 것은 “멀어 보이고 막연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영생에 이르는 길에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명확하게 세워 주신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 인간의 실존이 그토록 샅샅이 드러나 있는 기록을 보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한 가지 숙연한 사실은 영생은 우리 인간에게 이해되기가 매우 어려운 지식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간의 영웅적 성공담도, 한 인간의 비극적 실존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는 올바른 물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한 교수는, 모름지기 성경해석자들과 기독교 설교자들의 다윗에 대한 구약의 기록들이나 베드로의 그 다윗사 설교에서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가장 큰 신비 또는 수수께끼는 사도행전 13장 22절에 기록된 바, 다윗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 된 이유가 무엇이며, 하나님이 다윗을 통하여 그의 모든 뜻을 이루리라는 말씀의 뜻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사도행전 2장의 베드로나 사도행전 13장의 사도 바울은 바로 “다윗 사(史)라는 하나님이 특별히 마련해 주신 이정표와 다리를 극히 중용(重用)했던” 이들이며, 그 결과 “놀라운 설교들이 탄생했다.”
한 교수는 3000명이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는 사도행전 2장의 베드로의 설교는 “다윗의 역사를 구약에서 주해한 내용이었다”며 성경 인물에 대한 인간 중심 설교에 빠져버린 오늘 한국 강단의 설교 행태와 대조했다.
이날 다윗의 역사를 보며 영생의 문제를 질문하고 그 답을 찾은 한 교수에게는 다윗을 바라보는 한국의 설교자들의 시선이 파란만장한 한 인간의, 말 그대로 인간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내심 있었을 것이다.
그의 우려는 이날 그가 여러 차례 지적한 한국 강단의 설교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분도 요셉처럼 성공하는 목회자가 되십시오.” 신학대학원 개강식 강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창세기 39장의 요셉 에피소드의 결말은 거의 어김없이 이렇다며 그는 한국 강당의 “인간 중심 설교” 풍토를 개탄했다. 그는 또한 아브라함의 이삭 봉헌 기사나 마르다와 마르다 이야기, 삭개오 이야기, 가버나움 왕의 신하 이야기 들을, 인간 주인공들의 믿음과 윤리와 슬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설교에서 선호되고 있는 본문들의 예로 들어 나갔다.
한 교수는 이날 타락한 인간이 양심의 회복을 통해 복을 받는 이야기로 왜곡 설교되는 누가복음 19장의 핵심은 구원이 예수님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삭개오 이야기를 교정하는 등, 자신이 예로 든 본문들에 대해 하나하나 그 핵심되는 복음적 메시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다윗이라는 한 인간의 역사를 보면서 거기에서 복음의 핵심을 질문한 베드로와 바울의 설교와 한국 강단의 인간중심 설교를 견주어 한 교수가 청중에게 깊이 새겨주고자 했던 것은, 결국 이날 학회의 주제, ‘성경신학과 목회’와 직관되는 것이었다. 성경 본문에 대한 성경신학적인 바른 이해가 선행할 때 복음적 설교는 가능하다는.
성경신학의 중요성은 이어 허주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가 강조했다. “성경신학에 대한 이해와 사명”을 제목으로 허 교수는 전문화의 이름으로 갈수록 파편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대 신학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성경신학을 소개하고 △성경은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의 특별계시는 역사적 점진성을 통해 드러난다 △이 역사적 점진성을 통해 나타나는 성경의 특별계시는 구원-언약사적 이해와 그리스도 중심으로 해석된다 △성경의 다양성과 통일성, 즉 하나님 계시의 유기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해석 또는 이해를 추구한다 등 네 가지를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그 전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동부교회(김서택 목사)에서 열린 이날 한국성경신학회 제14차 논문발표회는 이 학회가 서울을 벗어나 처음 연 학회로, 대구 지역 목회자들에게 설교와 목회에 도움을 주는 신학으로서의 성경신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제공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이광호 목사(대구 실로암교회, 조에성경신학연구원장)는 “기도에 대한 성경신학적 고찰과 적용”을 제목으로 “한국 교회의 성장 정체 현상과 세속화의 원인은 기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기도가 비정상적인 교인 성장을 초래했으며 교회의 세속화와 함께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고 지적하며 기복에 젖은 한국 교회의 기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도는 개인의 목적이나 생활의 방편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기도가 주님께서 그의 나라를 위해 이룩하신 교회 공동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기문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 교회에서는 ‘삶으로서의 예배’가 무시되고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 공식 예배의식에만 지나치게 몰두한다”고 지적하며 구약성경이 제시하는 예배의 의미를 다시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구약의 제의와 윤리’를 제목으로 성 교수는 시편과 선지서에 드러나 있는 제의와 윤리의 관계성이 제기하는 구원과 선행 사이의 해석학적 문제들을 지적하는 한편 그러나 “주의 장막과 성산에 지속적으로 출입하는 자는 선한 열매를 맺는 자라는 시편의 말씀은 신약적으로 위배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칼빈의 견해를 들어 “구원받은 자가 하나님과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에게까지 언행으로 정직하고 선하여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구원받음 자의 외적 표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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